퇴근 시간이 되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높인다. 집에 들어오면 커피포트엔 따뜻한 커피가 준비돼 있다. 샤워할 때는 거울이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욕실에서 나오면 거실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물인터넷(IoT)이 거주 공간에 적용되면서 생활 환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집안 기기들이 통신기술을 통해 거주자의 습관과 생활방식 등의 빅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이에 맞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스마트 홈’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공급한 ‘래미안 베라힐즈’에 적용된 ‘스마트홈 앱 2.0’(왼쪽)과 ‘웨어러블 원패스 시스템’

사물인터넷이란 각종 기기에 인터넷 통신 기능과 센서를 내장해 기기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이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냉장고나 보일러를 스마트폰으로 가동하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10조940억원으로, 2014년보다 17.8% 성장했다. 성장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협회는 2019년이면 시장 규모가 약 21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만 20.4%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 맞춰 건설업계는 앞다퉈 주거공간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18일 SK텔레콤과 스마트홈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은 홈 네트워크 시스템에 연동된 조명·냉난방기기·가스차단기 등 내장형 기기들과 SK텔레콤 스마트홈에 연동된 냉장고·청소기·에어워셔 등 가전기기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울·수도권 지역부터 차례로 통합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사물인터넷을 아파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작년 은평구 녹번동에 분양한 ‘래미안 베라힐즈’는 ‘웨어러블(착용형) 원패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기기를 차면 공동현관과 웨어러블 원패스에 장착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자동으로 입주자의 출입을 인식한다. 지하주차장은 물론 현관(공동·세대)까지 자동으로 출입이 제어된다.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한 ‘스마트홈 앱 2.0’을 통해 집안의 조명, 가스밸브, 난방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고, 가족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가족 간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일정 공유, 귀가시간 알림 등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LG하우시스도 지난해 말 열림 감지센서를 통한 창호 방범 알람, 가전제품 전력 사용량 관리, 조명 소등 제어, 실시간 전기사용량 확인 에너지 관리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홈 주거공간’을 선보였다.

LG하우시스가 창호와 조명 등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꾸민 스마트홈.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지난해 12월 한국갤럽과 공동 조사한 ‘미래주택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2017 주거공간 7대 트렌드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 주거 시대’가 선정됐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거주자 기분에 따라 인테리어가 바뀌거나 사용자에 맞춰 가전기기의 높낮이가 조절되며, 입맛에 따라 메뉴와 요리법이 제공되는 기술 등이 앞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기술이 거주 시설과 접목되면서 입주자의 생활환경과 패턴을 반영하는 ‘똑똑한 집’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