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를 공개하면서 가상현실(VR)을 강조했다. 그 핵심에는 ‘불칸(Vulkan)’ 그래픽 API가 있다.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는 세계 최초로 불칸 API를 공식 지원하는 첫 스마트폰이다. 불칸은 비영리 표준화 단체인 크로노스 그룹이 주도하는 고성능의 차세대 표준 그래픽 API로, 제품의 그래픽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신제품 공개행사(언팩)에서 갤럭시S7과 엣지를 소개하고 있다.

고급 스마트폰에 불칸이 채택됐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단순하게는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만, 개념을 확장하면 갤럭시S7 시리즈가 종전 출시된 모바일 게임은 물론 PC나 게임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게임을 사실감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됐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는 모바일, PC, 콘솔 등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한 통합 차세대 그래픽 API인 불칸을 지원한다"며 "게임 실행 시 그래픽 성능 향상과 효율 극대화가 이뤄져 고사양 게임을 부드럽게 실행하며, 배터리도 적게 소모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VR 시장의 빠른 확장을 위한 방안으로 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무선사업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의 불칸 API 공론화는 그래픽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한몫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20에 탑재되는 그래픽 코어(GPU)인 아드레노 530은 기본적으로 불칸 API를 지원하는데, 이를 내장한 스마트폰을 만든 제조사 중 불칸 API를 지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곳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LG전자는 21일 오후 2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G5를 선보였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한 G5 발표회장에는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CEO가 참석하는 등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LG전자는 불칸 API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았다.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G5는 즐기려는 사람의 욕구에서 시작해 주머니 속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콘셉트로 개발됐다”는 포인트만 발표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화웨이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화웨이는 지난달 CES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신제품 메이트8을 선보지만, 불칸 API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삼성전자 신제품인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의 불칸 API 탑재 소식에 오히려 놀라는 분위기다.

화웨이 관계자는 “갤럭시S7에 불칸이 들어간 것이 맞느냐”면서도 이런 탑재한 스마트폰의 출시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