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민박업', 올해 부산·제주·강원에 시범 도입
연 120일 이내 대여 가능…대부분 간이과세될 듯
정부가 올해부터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민박업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단, 자신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 지금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 중개업체를 통해 수입을 얻어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연간 120일까지만 빌려줄 수 있고 연면적 230㎡(70평)로 대여 규모가 제한된다.
정부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올해 안에 '공유 민박업'을 신설해 부산·강원·제주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신성장 산업인 공유경제(키워드 참고)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제도권 내로 편입해 창업과 새로운 기업 활동을 촉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정부에 숙박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일반인이 보유한 집이나 빈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건 불법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여서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정부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안전·위생을 관리 감독할 법적 근거도 없다. 이에 기존 숙박업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 올해 부산·강원·제주에 도입…"대부분 간이과세 될 듯"
정부는 부산·강원·제주에 '공유 민박업'을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세 지역은 정부에 관광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규제프리존 특별법'에서 지역전략산업에 대해 모든 규제를 없애주기로 했다. 공유 민박업 제도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시행된다.
신설되는 공유 민박업을 하려면, 사업자가 본인의 주민등록 소재지인 시·군·구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안 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주는 행위는 법 시행 이후부터 불법이다. 민박시설은 단독·다가구 주택,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중 하나여야 한다. 오피스텔과 원룸은 현행법상 숙박시설로 제공할 수 없어서 공유 민박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공유 민박업으로 돈을 벌면 기존 민박업과 마찬가지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국세청에 신고한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연 매출액이 2400만원 미만이면 안 내도 되고, 4800만원 미만이면 간이과세 대상이 돼 일반 개인사업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다.
기획재정부는 대다수 공유 민박업자들이 간이과세자에 해당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광희 신성장정책과장은 "공유 민박업은 연간 영업일수가 120일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일평균 40만원씩 120일을 내내 빌려줘야 연매출 4800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대다수 사업자들이 간이과세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유 민박업, 기존 숙박업과 무엇이 같고 다른가
현행법상 민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과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업'이다.
기존 민박업과 공유 민박업의 공통점은 연면적 230㎡(70평)까지만 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방 1개당 10㎡라고 하면, 7개 정도를 빌려줄 수 있다. 시·군·구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같다. 이외에 외국인 서비스가 가능해야 하고, 방마다 소화기 1개와 위험상황을 알릴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등 안전·위생·시설기준도 공유 민박업과 기존 민박업 간 비슷하게 수립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영업가능 일수는 공유 민박업이 연 120일 이내로 제한돼 기존 민박업에 비해 불리하다. 도시민박업과 농어촌민박업은 1년 365일 내내 방을 빌려줄 수 있다. 정부는 관계기관 간 수시로 단속에 나서 영업일수를 어긴 업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대로 공유 민박업이 기존 민박업에 비해 유리한 점은 집 한 채를 전부 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민박업은 주인이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독채 대여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서울에 전셋집을 가진 사람이 3~4개월 정도 집을 비웠을 때 다른 사람에게 통으로 빌려주고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 등에 우선 도입한 뒤 여건을 보고 기존 숙박업자들에 대해서도 독채 대여를 허용할 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 민박업은 도시지역에서만 할 수 있지만 지자체가 조례로 허용하면 전용주거지역이나 준 농어촌지역에서도 가능하다. 반면 도시민박업은 도시지역, 농어촌민박업은 준 농어촌지역에서만 할 수 있다. 또 공유 민박업과 농어촌 민박업은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있지만 도시 민박업은 외국인에게만 방을 빌려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6월까지 공유 민박업을 포함한 '숙박업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숙박업 관련 규정이 관광진흥법, 농어촌정비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개별법률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통합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 차량공유 시범도시 지정…교통유발부담금 감면
정부는 쏘카, 그린카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활성화 하기 위해 오는 4월 시범도시를 지정하기로 했다. 해당 지자체는 차량공유업체에 공영주차장을 제공하고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입주민에게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면허가 정지된 사람이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이용자의 면허정보를 차량공유업체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국토부가 경찰청의 면허정보를 차량공유업체에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나 활용하지 않는 재화를 대여하거나 교환하는 방식의 경제활동을 뜻한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제공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