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12일 코스닥 시장까지 덮쳤다. 연초부터 세계 주요국 증시가 출렁일 때도 묵묵히 버텨온 코스닥 시장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불과 이틀 만에 10.7%나 폭락한 것이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6.06%(39.24포인트) 급락한 608.45에 마감됐다. 오전 11시 50분쯤에는 600선이 무너졌고, 곧이어 전날 대비 8% 넘게 하락한 상태가 1분 동안 이어져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에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한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에 휩싸였던 2011년 8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올 초 중국발(發) 쇼크로 촉발된 세계 4대 경제권(미국·유럽·일본·중국)의 증시 급락에도 코스닥은 그간 한 달 넘게 제자리를 지켜왔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5일만 해도 코스닥 지수는 681.31로 연초 대비 불과 0.15%만 빠졌다. 제약·바이오주(株) 등 코스닥 성장주와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국제 유가에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일본 증시마저 최근 급락을 거듭하자 투자자들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다. 춘제(春節) 연휴 이후 15일 중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중 내내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개인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기관의 매도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은 특히 작년부터 코스닥 활황세를 주도해온 제약·바이오주의 추락이 눈에 띄었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전날보다 11.7% 떨어진 것을 비롯해 메디톡스(12.8%)·바이로메드(11.3%)·코미팜(10.5%)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위 내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일제히 10% 넘게 하락했다.
김현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미약품 열풍' 이후 크게 올랐던 제약·바이오주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전체 코스닥 지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고(高)평가돼 있다는 논란 속에 더 늦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도 많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북한 리스크(위험)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로만손(-13.3%)과 좋은사람들(-11.8%) 등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들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이날 코스피 지수도 전날 대비 1.41% 떨어진 1835.28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다만 최근 엔화 강세로 일본 기업에 비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업체들은 상승세를 탔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4.6%, 6.4%씩 올랐고, 현대모비스도 4.8% 상승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1800선, 코스닥 580선을 바닥으로 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불안정한 만큼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며 "국제 유가 반등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국내 증시도 한동안 힘든 사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날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최초 발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