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가 코코본드(CoCo bond·우발 후순위 전환사채)의 이자 지급을 제때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에 투자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코본드(CoCo Bond)는 Contingent Convertible Bond의 약자인데, 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공적자금(세금)이 투입되기 전에 은행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혹은 상각될 수 있는 회사채를 말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해진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을 사용한 것에 대한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은행 손실을 정부가 아닌 투자자들이 짊어지게 만든 것이다. 때문에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채권은 상각되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상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표면 금리는 3~4%로 여타 우량 회사채보다 이율이 높다.

도이치뱅크는 2분기 연속 당기순손실(80억 유로)을 기록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기 침체로 부실 채권이 증가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도이치뱅크가 발행한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확률은 낮다고 예상한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이치뱅크 공시에 따르면 올해 코코본드 이자지급액은 8억유로 수준인데, 현재 도이치뱅크의 가용자본은 10억유로"라며 "이자지급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이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위험)라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다.

독일 도이치뱅크 전경

◆ 바젤Ⅲ 시행 앞두고 코코본드 발행 러시… 국내서도 5조원 발행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2000억원에 달한다.

JB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9월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올해도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6015억원, 우리은행이 3000억원, 광주은행은 75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각각 발행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는 약 5조원 규모의 코코본드가 추가로 발행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이 급증하는 까닭은, 올해부터 바젤Ⅲ라는 자본 규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기자본비율을 11.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런데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발행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은행들이 앞다퉈 발행한 코코본드는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들과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사들였다.

◆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 은행권 실적악화 우려 높아져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양호해서 당장 이자가 지급되지 않거나 코코본드가 상각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모두 1조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자산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 여파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면 코코본드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이치뱅크가 2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마이너스 기준금리 영향이 크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럽의 추가 양적 완화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7개월째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한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코코본드는 규제나 시장 상황 변화에 민감한 투자 상품”이라며 “아무리 건실한 은행이라 해도 앞으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