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콕테러는 주차 후에 문을 열다가 인근 차 문짝에 ‘콕’하고 상처를 내는 피해 상황을 일컫는다.

회사원 이모(45)씨는 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분노를 금치 못했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 멀쩡했던 운전자 앞문 쪽에 깊은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못으로 깊게 찍어 누른 듯한 상처였다. 이씨는 주변 의심 차량의 전면 유리에 놓인 휴대전화로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차 주인은 ‘그런 일이 없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문을 열다가 옆 차를 건드리는 이른바 '문콕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차 문을 세게 열다가 주변 차를 ‘콕’ 소리가 나게 찍어 패인 상처를 낸다고 해서 ‘문콕’이라고 부른다. 자동차 덩치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주차 면적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비좁아서 생기는 접촉 사고의 일종이다.

그래픽 김연수 디자이너

현대해상에 따르면, 문콕사고 때문에 지급한 보험금은 최근 5년 간 2배로 증가했다. 지난 2014년 기준 문콕테러로 지급된 보험금 규모만 13억5000만원에 달했다.

자영업자 김모(40)씨는 “집 앞에 주차해 놓고 다음 날 출근하려고 보니 얼마나 차 문을 세게 열었는지 조수석 문짝이 탁구공 크기만큼 찌그러져 있었다”면서 “문콕 뺑소니 사고로 신고하려고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로 확인해 가해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별 대수롭지 않은 자동차 기스를 갖고 범죄자 취급한다며 화부터 내더군요. 너무 괘씸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 공룡 차에 손바닥만한 주차장… 문콕테러 급증

국내 전체 차량 중 대형차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주차장 법적 규격은 1990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문콕 테러가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국내 차량 크기는 꾸준히 커지고 있는데 주차 공간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좁은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여닫다 보니, 주변 차에 흠집을 낼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차량 중 대형(배기량 2000cc 이상)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6.2%로, 2000년 대비 2.9배 증가했다. 중형차와 합산한 구성비는 85.2%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주차장 규격은 그대로다. 지난 1990년 이후 우리나라 주차장 규격은 가로 2.3m, 세로 5m다. 오히려 지난 1971년 기준보다 세로폭은 1m 더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형차와 대형차는 문을 여닫을 때의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차량에서 사람이 온전하게 나올 수 있는 각도는 최소 30도(차량과 문 기준)이며, 이때 차 몸통과 문짝 사이의 거리는 56.6cm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차장 규격에 맞게 주차를 할 경우 차 몸통과 문짝 사이의 거리는 43.5cm다. 결국 부족한 13cm 때문에 옆 차의 공간을 침범해 승하차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도 문콕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전체 주차장 비중 중에 가로 2.5m, 세로 5.1m의 ‘확장형 주차장’을 30% 비율로 확보하라고 규정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건설 혹은 분양 중인 아파트에는 가로폭을 최대 20cm 늘린 일명 ‘광폭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포드의 광고 영상. 포드는 옆차의 문콕테러를 막기 위한 특수 장치를 단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레알마드리드 소속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도가 옆차에 문콕 테러를 하지 않기 위해 힘겹게 차에서 내리고 있다. 호날두의 배려가 담긴 이 사진은 지난 2012년에 찍혔고 당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 문콕사고 피하려면 기둥 옆 주차 공간이 명당

통상 운전자는 행선지에 가까운 쪽에 있는 주차 공간을 선호한다. 그런데 문콕 사고를 피할 수 있는 명당 자리는 그런 곳이 아니다. 바로 기둥 쪽에 붙어있는 주차 공간이다. 기둥 쪽 주차 공간은 좌우로 넉넉해서 문콕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문콕테러를 방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인근 차량의 승하차 공간을 배려해 주차하는 것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문콕테러를 당해 보험처리를 해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증보다는 물증이 우선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피해 의심 차량의 번호만 확보하고 신고하면, 비교적 쉽게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차량의 대형화로 주차공간이 협소해져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옆 차량 운전자의 승하차 공간을 배려하는 주차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뽑은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차인데 운전석 빼고 모조리 문콕 테러를 당했다”면서 “협소한 주차공간 개선이 시급하지만 당장 바뀌긴 어려우니 옆 차를 배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주차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