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후가 되면 인도 사람이 롯데제과, 롯데호텔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의 파트너 회사인 펩시코의 경우에도 인도 여성분(인드라 누이 회장)이 훌륭하게 경영하고 있죠."
지난 14·15일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한국·인도 비즈니스 서밋'에서 만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재 경영'을 통한 임직원 전문성 강화와 투명경영, 준법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었을 때, 거버넌스(지배 구조)가 확립돼 있기 때문에 우리 그룹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비(非)상장기업에도 사외이사를 1~2명씩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1박2일 동안 행사장 곳곳에서 만난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주요 이슈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는 모디 인도 총리에 대해 "아주 실리적이고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해 관심이 큰 분"이라며 "지난해 8월에 뉴델리 역사(驛舍) 개발 문제로 모디 총리와 40분 단독 면담을 했는데, 30분 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등에 대해 물어봐서 롯데 얘기는 10분밖에 못했다"며 웃었다.
―국적에 상관없이 CEO를 뽑겠다는 것은 경영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CEO나 회장이 되면 나중에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주식을 좀 갖고 있다고 자동적으로 임원이 됐다가 또 CEO가 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봐도 이상하다. 이사회에도 '내가 나쁜 짓을 하거나 그럴 때는 나를 해임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건강함을 갖고 있는 게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올해 롯데그룹이 가장 주력할 부분은?
"올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올해 말에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재무건전성에도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사무실도 그쪽으로 옮기나.
"사무실은 물론 아파트도 그쪽으로 옮겨 24시간 월드타워에 있을 예정이다."
―월드타워 면세점이 사업권을 잃었다. '5년 시한부'인 면세점 사업을 계속 키워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하나.
"면세점은 우리가 세계 3위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중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면세점이다. 영업권만 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쉬운 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35년 동안 노력하고 투자해서 지금 수준으로 만든 것이다."
―텅 비게 되는 월드타워 면세점은 어떻게 활용하나.
"고민해봐야 한다. 앞으로 월드타워가 완공되면 대만을 찾는 외국인이 대부분 방문하는 '타이베이 101(101층짜리 대만 최고층 빌딩)'처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90%가 잠실 쪽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관광특구가 될 잠실에는 면세점이 꼭 필요해보인다."
―중국 사업이 힘들다고 하는데.
"중국 백화점 사업은 지난해 성장률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 마트는 2년 연속 마이너스지만,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마트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투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매각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중국 사업이 어렵지만, 오히려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부동산 가격도 많이 떨어졌고, 백화점이나 마트도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
―일본에서 신년회를 하고 곧바로 인도로 왔는데, 일본 롯데분위기는 어떻나.
"일본 롯데에서 종업원과 임직원들의 나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최근 들어 나에 대한 지지가 더 강화되고 있다."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93)이 했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한 달에 2~3일 정도 도쿄에 갔는데, 앞으로는 한 달에 1주일 정도는 가야 할 것 같다."
―경영권 분쟁이 6개월 가까이 되고 있는데, 형과 전격 화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언제 만났나?
"12월에 한 번. 올해 들어는 아직 기회가 없었다."
―신격호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 신 회장에 대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은?
"건강이 좋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은데…."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우리 그룹은 전통적으로 재무구조가 좋기 때문에 위기 때마다 커진 부분이 있다. 위기 상황이 우리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은?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야성적 충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멀 스피릿'을 갖고 있다고 하면 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런 정신이 지금 경제인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