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조종사 노조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 구조조정 반대 천막 농성 등으로 한겨울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월 12일부터 쟁의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1월 16일까지 조합원 1085명 중 543명이 투표에 참여, 투표율 50%를 기록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를 통해 파업 찬성 결론이 나면 10년 만의 조종사 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한항공 노사는 작년 10월 27일 첫 협상을 시작으로 5차례 임금 협상을 진행했다. 작년 12월 2일 노조는 임금 총액 대비 37% 인상을 요구했다. 대한항공 기장의 평균 연봉은 1억7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은 작년 12월 28일 기본급과 수당 등 1.9% 인상안을 내놨다.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는 12월2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14일 2차 조정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오는 19일로 연기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 노조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 요구는 최근 부쩍 오른 비행사들의 몸값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 베테랑 조종사들에게 현재 받는 연봉의 두 세배 임금을 제시하며 이직을 권유하고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세후 연봉 3억4000만원을 제시한 중국 항공사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거액의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 항공사로 간 대한항공 조종사는 46명이나 된다. 저가항공, 중동 항공사로 옮긴 비행사를 합치면 122명이 대한항공을 떠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조 협상안은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다. 현재로선 쟁의 찬반 투표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노조는 “조양호 회장이 작년 3분기 대한항공에서 21억원을 받아 갔으니 조종사들의 임금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보수는 전년 보다 1.6% 가량 오른 것이다. 노조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대한항공의 2015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 4분기보다 6.8% 감소한 2조7509억원, 영업이익은 6% 증가한 1621억원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2015년 임금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추진 중인 강력한 구조조정안에도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2014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임금이 동결됐다. 노사는 지난해 다시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진척이 없다. 최근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놓고 대립하는 중이다.
아시아나 승무원, 정비사, 일반직으로 구성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 노조는 새해 벽두인 1월 3일부터 천막 농성에 돌입, 보름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지점 통폐합, 희망퇴직·무급 휴직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23개 지점을 14개 대표 지점으로 줄이고, 해외 128개 지점을 92개로 통합하기로 했다. 예약·발권 부서와 국내 공항 서비스 부문 등을 외부 업체에 위탁할 방침이다. 애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근속 연수 15년 이상 직원들을 상대로 신청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아시아나의 위기는 경영진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때문이다. 영업 이익을 내도 이자 갚느라 손실이 나는 재무 구조를 만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으니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저가항공사들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항공사 수익 구조가 바뀌었다”며 “회사가 업계 환경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을 세웠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노사 갈등은 형사 문제로 비화됐다.
☞참고기사
아시아나노조, "구조조정 반대" 천막 농성 돌입 <2016.1.5>
중국 항공사들 한국 기장들 싹쓸이...젊은 조종사는 승진빠른 저가 항공으로 <201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