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동시에 악재(惡材)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판매량 1위인 삼성전자는 한때 35%에 달했던 점유율이 계속 떨어져 2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애플 역시 최근 주가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까지 성장세를 보였던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가격 파괴'로 돌풍을 일으킨 중국 샤오미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시장의 예상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회사들은 신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물론, 출시 일자 조정, 재고 정리 등의 수단을 동원해 위기 돌파를 위한 '각개전투'에 들어갔다.

삼성·LG전자, MWC서 격돌

LG전자는 13일 국내외 언론에 일제히 초청장을 발송했다. 다음 달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6'에서 전략 스마트폰 'G5'를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G시리즈는 LG전자가 매년 한 모델씩 발표하는 간판 스마트폰이다. 그동안은 자체 행사를 열어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MWC를 '데뷔 무대'로 택했다. 시기도 지난해 4월 29일 발표했던 전작(前作) 'G4'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겼다.

LG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를 발표회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776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출시한 전략 모델 'G4'와 'V10' 판매도 부진해 G5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제품에는 퀄컴의 최신 AP(응용프로세서) '스냅드래건 820'이 탑재된다. 후면에 가죽을 사용했던 G4와 달리 G5는 요즘 스마트폰의 대세인 금속 소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일정을 조정하면서 삼성전자와의 정면 대결이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매년 MWC에서 그해의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전시회에서도 '갤럭시S7'을 발표한다. 신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갤럭시S5의 실패로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크게 떨어진 이후 좀처럼 예전의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삼성은 작년 말 인사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장에 고동진 사장을 임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를 13일 국내에 출시하며 올해 스마트폰 사업의 시동을 걸었다. 이 제품은 식당·상점 등에서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금을 치를 수 있는 '삼성페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첫 중저가 모델이다.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프리미엄 모델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삼성페이를 중저가 모델로도 확대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것이다.

스마트폰 호시절 끝났나

현재 스마트폰 업계는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익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애플은 올 1분기 아이폰 생산량을 30%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신제품 '아이폰7' 출시를 앞두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아이폰 인기가 워낙 높아서 굳이 재고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나온 '아이폰6s'는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생산량 감축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해 130달러(약 15만6600원)를 넘었던 애플 주가는 12일(현지 시각) 99.9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그나마 지난 7일 96.4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살짝 반등한 수치다.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해온 후발 주자들의 실적도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작년 판매 목표를 1억대로 잡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이에 턱없이 부족한 7700만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된 데다, 화웨이·레노버 등 자국 회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애플·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폭스콘은 "작년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고 밝혔다. 애플의 생산량이 줄고 샤오미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소프트웨어학)는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제부터는 수많은 업체가 한정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