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에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 도약하는 게 최대 과제다. 어려움에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선 한국 기업 특유의 '위기 극복 DNA'를 발휘해 반전(反轉)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은 IMF 외환 위기에 버금가는 난관에 부딪혀 고전했다. 저(低)유가, 내수 침체, 중국 경제 둔화 같은 국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유례없는 제조업 매출 감소까지 겪었다. 새해 경제 환경도 낙관하기 힘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위기라는 말에만 사로잡히다 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지만 진취적 희망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 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10대 그룹은 새해 경영 화두(話頭)로 '신성장 동력 발굴'을 내세우고 있다. 난관 돌파를 위해 새로운 먹거리 육성이 긴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 이익을 올린 반도체는 새해엔 시장 자체가 다소 정체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 대비하고 있다"며 "주력 계열사인 전자는 물론 조선·플랜트·건설업 등 수년 동안 불황을 겪은 계열사도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삼성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고급 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통한 질적 도약(跳躍)이 목표다. 지난해 말 출시한 EQ900(해외명 G90) 모델과 올해 선보일 G80 등을 미국·중동·중국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해 '고급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도 신흥국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톱5'에 걸맞은 고급 이미지를 확실히 쌓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현 상황 타개가 어렵다고 보고 '혁신'을 통해 사업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새해 경영 화두도 '파괴적 혁신을 통한 실행력 제고'로 잡았다. LG그룹은 "새해에는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혁신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방침에 따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장(電裝) 사업과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을 강화한다. 롯데그룹은 삼성그룹 3개 화학 계열사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아세안·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고 정밀화학 분야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위기 극복 DNA 발휘할 때"

철강·조선·항공 업종 관련 기업들은 수익성 제고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에 사활을 건다. 포스코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와 재무 건전성 제고 등에 총력을 쏟는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내년까지 국내외 법인 89개사를 감축하고 리튬 추출·니켈 정련처럼 경쟁력 있는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GS그룹은 '밸류 넘버원 GS' 달성을 위해 수익성 확보와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선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의 내실(內實)을 다지고 서울 시내 면세점의 성공적인 안착에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흑자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그룹 역량을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긴축 경영 체제를 강화한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새해에 수익성·경쟁력 강화로 그룹 성장 기반을 튼실하게 할 계획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은 창업 1세대가 보여준 도전과 모험 정신"이라며 "어려운 순간마다 빛을 발한 '위기 극복 DNA'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