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28일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2007년 11월 이후 8년 만이다. 박 회장은 “한국 증권사의 역사나 다름없는 KDB대우증권을 가족으로 맞이할 기회를 갖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1 1이 2가 아닌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에서 삼성 같은 회사가 나오려면 리더 그룹이 불가능한 꿈을 꿀 줄 알아야 합니다."

8년 만에 기자 간담회장에 선 박현주(57) 미래에셋 회장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힘이 있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기자 100여 명 앞에서 걸음걸이도 당당했다. 검은 뿔테 안경 뒤로 간혹 미소를 보일 정도로 표정엔 여유도 묻어났다. 박 회장은 '인사이트 펀드'가 반 토막 나기 전 2007년 11월 마지막으로 기자들 앞에 선 후 많은 기자가 모인 곳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 "1 플러스(+) 1이 2가 아닌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며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겠다"고 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결합하면 자기자본이 8조원에 가깝게 된다. 몸집이 다른 대형 증권사의 두 배나 돼 국내 증권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시장에도 삼성 같은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삼성 같은 금융사를 만들려면 고(故) 이병철·정주영 회장처럼 리더가 불가능한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불가능한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 데이터는 시간을 두고 증명하겠다. 해외 M&A(인수·합병)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고, 지금도 협상 중이다. 미래에셋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영원한 이노베이터(혁신가)로 남을 것이다."

―금융산업의 DNA를 어떻게 바꿀 건가?

"증권업계를 보면 최근 최대 이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기보다는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자신감도 상실하고 있다. 기업은 투자를 먹고 사는 생물과 같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투자 문화 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

―대우증권 인수 후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국내 증권사들의 인수·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겠다. 증권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을 합치면 자산은 210조원쯤 된다. 점포는 177개가 된다. 자산 300조원대인 은행들은 점포가 1000개 안팎이다. (합병 증권사는) 점포를 250개 정도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우증권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려 한다."

―증권업에 새로운 성장·수익 모델 있나?

"은행은 저성장 터널로 들어섰다. 하지만 자본시장 측면에서 IB(투자은행 업무) 쪽에는 다양한 기회가 존재한다. 시장 상황이 나쁠 때 과감히 자본을 공급하고 시장이 좋을 때 빠져나오는 게 IB다. 연기금이 1600조∼1700조원까지 성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자산 운용과 증권업계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게다가 미래에셋은 지금껏 한국의 대체 투자(부동산 등 주식·채권 이외 투자)를 이끌어온 회사다. 미래에셋이 무슨 부동산을 사느냐, 호텔을 사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게 대체 투자다. 앞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대체 투자 기회가 많다. 미래에셋이 개척자 역할을 하겠다."

―대체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라고 한다. 그런데 햄버거를 까 보면 제일 맛있는 건 가운데 있다. 우리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체)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에셋이 1~2%라도 한국 관광 인프라에 투자하면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 안에서 사고파는 것만이 금융업이 아닌데 여기에 너무 몰두해 있다. 금융이 사회에 기여하는 많은 부분을 찾아서 해야 한다."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없나?

"금융지주사로 가느냐 마느냐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주사를 만들어놓으면 관리하긴 좋은데 야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기업에 중요한 게 기업가 정신, 변화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미래에셋은 투자 전문 그룹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