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차례 구조조정으로 직원 860여명을 내보낸 두산인프라코어가 현장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미 퇴직한 사람들을 다시 불러 한 달 계약으로 일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며 직원을 자르고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계약직 사원으로 다시 채용하는 셈이다. “정규직에서 밀려난 직원들은 일용직의 설움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두산 홈페이지 캡쳐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2월과 9월 사무직 직원을 퇴직시켰다. 11월엔 생산직 직원 460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하지만 감원으로 현장 일손이 부족해진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11월 내보낸 직원 170명과 12월 한 달간 기간제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정규직에서 잘린 직원들이 지난 2일부터 기간제 근로자로 일터에 다시 복귀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한편으론 ”퇴직을 거부한 생산직 직원 21명에게 나가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들을 지난주 대기 발령한 뒤 인천 송도, 경기 남동공단, 경기 안산 상공회의소 등에 분산 배치했다. 입사 4년차 20대 직원 3명을 포함, 30대 6명, 40대 5명, 50대 7명 등 모두 생산직 근로자다.

회사는 지난 11일 퇴직 거부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희망 퇴직을 하지 않으면 12월 23일 해고 예고를 통지하고, 내년 1월 29일자로 해고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영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장은 “희망 퇴직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명상을 시키고, 회고문을 작성하게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괴롭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다. 그러면서 일손 부족하다며 희망 퇴직자와 기간제 계약을 맺고 있다”고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860명을 내보냈다. 지난 8일부터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네번 째 희망 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퇴직 대상에 23살 여직원, 작년 입사한 신입사원 등 사회 초년생까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6일 오전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지시했다”며 입사 1~2년차 신입사원들의 명퇴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퇴직을 신청한 입사 1~2년차 직원 28명이 구제됐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

두산인프라코어 한 직원은 “동네 슈퍼마켓도 아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하루 아침에 결정을 번복하면 누가 회사 결정을 믿겠나. 이미 사표를 낸 신입 사원들이 앞으로 애사심을 가지고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나”라고 했다.

다른 직원은 “나가는 사람은 죄인처럼 떠난다. 남은 사람도 죄인처럼 미안해 한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