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부사장

삼성그룹이 4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총 294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이다. 이는 지난해(353명)보다 17% 정도 감소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7명) 이후 6년 만의 최소 승진 폭(幅)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던 2013년도와 비교하면 40% 정도 승진자가 줄었다. 재계에서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이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탁 임원도 50% 감소… '축소 지향'

삼성은 퇴임 임원에 대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그룹 안팎에서는 500명 안팎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신규 임원(초임 상무) 승진자가 197명임을 감안하면 최대 300개의 임원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감축형(型) 인사'는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롯데·한화그룹 등으로 화학 계열사들을 매각한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를 적용받은 임원은 44명으로 2013년(86명)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조직도 일부 슬림화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팀 조직은 비서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모두 인사팀 산하 총무부로 바꿨다. 정현호 인사팀장(사장 승진)이 비서팀 업무까지 관장하는 구조다. 그동안 비(非)전자 계열사를 맡아온 전략2팀을 전자(電子) 계열사를 관리하는 전략1팀에 통합했다. 미래전략실 내 임·직원 일부를 계열사로 전진 배치했다.

엔지니어 출신 女 부사장 첫 배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135명으로 그룹 전체 승진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러나 절대 수치는 2년 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현장 엔지니어에 대한 발탁 인사가 돋보였다. 승진 연한을 2년 뛰어넘어 조기(早期) 승진하는 '대발탁'이 5명이었는데 모두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문의 연구·개발자들이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큰 외형상 변화였던 글라스·메탈 케이스 공정 개선을 주도한 김학래(53) 상무가 동료 상무들보다 2년 먼저 전무가 된 게 대표적이다. 갤럭시S6 엣지와 노트5의 화면 테두리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한 배광진(47) 부장,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성능 개선과 소프트웨어 품질 안정화에 공을 세운 김강태(43) 부장도 각각 2년 앞당겨 상무가 됐다.

반도체 부문에선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과 양산을 주도해 비메모리(시스템LSI)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심상필(50)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삼성전자의 독자 응용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인 엑시노스에 적용됐다.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반도체 부문의 경우 작년엔 임원 승진자가 전무(全無)했던 해외법인에서도 3명의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30년 넘게 '배터리' 분야를 파온 김유미 삼성SDI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여성 엔지니어 가운데 '1호 부사장' 기록을 세웠다. 8명의 여성 인력이 상무로 새로 승진했다. 김 신임 부사장은 연구개발에 몰입해와 여태 미혼(未婚)이다. 그래서 사내에서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