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동성 현황 자료 입수…해외법인 결제대금·선급용선료 미지급분 탓에 연말 자금부담 커져
현대상선이 연말까지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해외법인 결제대금, 선급용선료 대금 900억원가량을 연체해 연말쯤에 자금 부담이 집중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회사채 물량과 관련해서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준하는 지원을 2017년까지 실시할 계획이지만 당장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이 얼마나 빨리 자구계획을 내놓고 추진하느냐가 현대상선 정상화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재 자구계획을 놓고 산업은행과 옥신각신 중인데 현 상황이 그렇게 여유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10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현대상선 유동성 현황’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연말까지 6217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동성 현황 자료는 상거래채무조정, 재무현금흐름, 투자현금흐름 등 분야별로 기록돼 있으며 산업은행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료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주식담보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상환한 것으로 가정하고 작성돼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불발로 ABL 상환에 실패했다. 산업은행이 만기를 2개월 연장해 준 상태다. ABL을 상환하지 않아 당장 11월 기초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만약 상환했다면 마이너스 1274억원인 상태다. 어차피 현대상선은 ABL을 12월 23일에는 갚아야 해 연내 상환해야 하는 빚은 차이가 없다.
현대상선이 추가적인 자구계획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을 경우 연말 유동성은 6217억원 부족한 상태가 된다. 12월 지급해야 하는 해외법인의 결제대금, 선급용선료만 1129억원가량이다. 현대상선은 10월과 11월 결제대금, 선급용선료 등을 연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악화된 상태여서 일부 자금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연내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재매각에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보이는 상태에서 자금부터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시 혈세 투입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채권단 주도 하에 이뤄진다”면서도 “구조조정의 3대 원칙에 자구계획이 있는 만큼 일단 기업과 노조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우선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벌크선사업 부문과 해외터미널 두 곳을 매각해 307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이 벌크선사업 부문과 해외터미널을 분사해 ‘벌크라인’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신설 회사가 307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 연기금 등이 참여한 에이치벌크 재무안정 PEF가 영구CB를 인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이 계열사 주식 처분 및 추가 담보대출을 통해 모자란 금액을 채우도록 하기 위해 현대상선과 큰 틀에서 이 같은 방안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내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계열사 주식 처분 및 담보대출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그룹은 산업은행의 지시 아래 적극적으로 자산을 처분해왔다는 점을 감안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에 비해 해운업이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