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 120주년을 맞은 타이어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펑크가 나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춘 타이어들이 양산차에 장착되기 시작했고 아예 공기가 필요없는 타이어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父情에서 시작된 현대 타이어
현대적인 타이어는 '자식 사랑'에서 비롯됐다. 1888년 영국의 수의사인 존 보이드 던롭(Dunlop)은 아들이 쇠바퀴가 달린 삼륜(三輪) 자전거를 타고 놀다 떨어져 얼굴을 다친 것을 보고 안전한 타이어의 개발에 나섰다. 그는 쇠바퀴에 고무를 씌우고 고무 안에 공기를 넣어 탄력을 주는 법을 발명해 자전거 타이어에 적용했다.
공기 주입형 고무바퀴를 자동차에 적용한 것은 프랑스의 미슐랭 형제였다. 미슐랭 형제는 1895년 던롭의 고무바퀴를 자동차용으로 발전시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못 박히면 스스로 구멍 메우는 스마트 타이어
미슐랭 이후 120년간 타이어는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갔을 뿐 기능, 재질, 원리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자동차 연비(燃比) 제고와 타이어 펑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개발 성과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운전자들을 괴롭혀온 큰 문제는 타이어 펑크였다. 안전과 직결된 데다 스페어 타이어를 차에 싣고 다니다 보니 연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타이어 업계는 자가치유(자가봉합) 타이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타이어의 펑크는 대개 못과 같은 뾰족한 물체 때문에 발생한다. 타이어 회사들은 못이 박히면 타이어 안쪽에 발려있는 특수 봉합제인 실란트가 구멍을 봉합하도록 만들었다. 지름 5mm 크기까지는 스스로 치유하는 타이어다. 메이커마다 다르지만 대개 이 상태로 50km 이상 주행 가능하기 때문에 정비소까지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
펑크가 나도 주행이 가능한 타이어도 상용화됐다. 타이어 내부 공기압이 제로(0)인 상태에서도 시속 80km로 80km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는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에서 타이어의 뼈대(sidewall·사이드월)에 의존해 주행한다. 이를 위해 일반 타이어에 비해 타이어 옆면에 더 많은 고무를 삽입, 공기 없이 주행해도 타이어 뼈대가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미니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고 있다.
주행 중 소음을 줄이는 타이어도 등장했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폴리우레탄 폼)를 덧대 소음을 기존 타이어 대비 8% 줄인 타이어를 내놓았다. 넥센타이어는 신발 밑창을 갈듯 타이어의 트레드(노면과 접촉하는 부분)만 재활용하는 '리필 타이어'를 연구 개발 중이다.
◇고무·공기 필요없는 미래형 타이어
고무 외피와 공기압으로 완충 작용을 하는 전통적인 타이어의 개념도 조만간 바뀐다. 우레탄처럼 탄성과 복원력이 강한 물질만으로 만든 공기 없는 타이어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非)공기입 타이어(NPT)'로 불리는 이 미래형 타이어는 우레탄을 그물처럼 짜놓은 형태다. 우레탄의 복원력만으로 기존 공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직 실험실 연구 단계지만, 한국타이어는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볼핀 타이어'를 개발 중이다. 커다란 쇠구슬로 바퀴를 만들고 바퀴 윗부분에 자이로스코프를 3개 달아 전후좌우(前後左右) 자유자재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