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위기에 몰렸던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 인수를 추진해온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인수 대금 496억원을 완납했다고 8일 밝혔다. 컨소시엄은 지난 7월 팬택과 인수 본계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계약금으로 80억원, 팬택 운영 자금으로 30억원을 냈다. 이어 컨소시엄의 1대 주주인 통신장비업체 쏠리드가 잔금 386억원을 조달해 이날 완납했다.
잔금 완납 직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내 쏠리드 본사에서 만난 정준 대표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여러 기기를 통신으로 연결해 통합 제어하는 기술)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새 팬택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기술인력·특허 인수…김포 공장은 제외
팬택 인수가 최종 완료되기까지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채권단의 회생계획안 승인과 법원의 최종 인가가 남아있다. 컨소시엄이 채권단을 대표하는 매각 주간사와 논의를 거쳐 계획안을 작성했고, 대금 납부도 완료한 만큼 업계에서는 절차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컨소시엄은 당초 팬택의 경기 김포 공장과 전국 AS(애프터서비스)센터를 제외한 기술인력과 특허만 4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협상에서 R&D(연구개발) 기자재와 AS센터 일부를 인수 대상에 추가했다. 팬택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했고, 향후 국내에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고용 승계 규모는 당초 400여명 선에서 100명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총 인수 금액이 496억원으로 늘어났다.
인수를 주도한 쏠리드의 정준 대표는 "현재 새 팬택의 이사회를 구성한 상태로, 다음 주 안으로 경영진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이라는 사명(社名)은 당분간 유지하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사물인터넷으로 팬택 부활 추진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팬택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현재 스마트폰 단말기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점차 자국 생산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과거 '수입 대체'를 강조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세우고 본업인 통신장비 시장을 공략하던 중 이런 수요를 보고 팬택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2억5300만명의 인구 대국(세계 4위)이고, 소득수준에 비해 IT(정보기술) 기기의 수요가 높은 점도 매력적인 조건으로 꼽았다.
새로운 팬택은 R&D의 중심을 국내에 두고 생산·유통은 현지 합작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우리의 뇌(기술)에 현지 회사의 몸(제조·유통)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조·AS 노하우를 현지에 전수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단지 기술을 빌려주고 로열티만 받겠다는 것과는 다르다"며 "현재 인도네시아 합작 파트너가 거의 결정된 상태로,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온갖 기능을 완비(完備)하기보다는 핵심 기능에 집중한 100~200달러(11만6000~23만2000원) 선의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팬택은 기술력뿐 아니라 과거 전 세계 주요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했던 경험이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1~2개 모델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팬택이 사용하던 스마트폰 브랜드 '베가'를 유지할지, 새로운 것으로 바꿀지는 미정이다.
사물인터넷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우선 염두에 두는 제품은 각 사물인터넷 기기에 탑재되는 통신 모듈이다. 팬택에서 이미 만들어 오던 제품이다. 정 대표는 "팬택은 사물인터넷 통신 모듈과 관련된 양질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사업의 비중이 반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