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정보기술) 업계에선 "앞으로 지갑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말이 종종 나온다. 지갑의 역할이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역할은 삼성페이·페이코와 같은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에 내주고 있고, 지갑을 뚱뚱하게 만드는 각종 할인·적립 카드도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각종 모바일 앱이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하는 단계까지 진화한 것도 지갑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실물 지갑을 대체해가는 '스마트 지갑'과 내 지갑에서 나간 돈을 간편하게 관리해주는 '가계부' 앱이 그것이다.
◇지갑이 스마트폰 속으로 쏙
스마트 지갑의 대표 서비스는 SK플래닛의 '시럽월렛'과 KT의 '클립', 벤처기업 얍컴퍼니의 '얍(YAP)' 등이다. 이 스마트 지갑 앱은 통신사·백화점·마트·영화관·서점·항공사 마일리지 등 각종 카드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것이 기본 기능이다. 가입자는 2010년부터 '스마트월렛'이란 이름으로 서비스해 온 시럽월렛이 1500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클립(500만명), 얍(300만명)의 순이다.
클립의 경우 '결제 카드 추천' 기능이 특히 유용하다. 특정 매장에 가면 이용자가 소유한 카드·쿠폰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할인·적립 조합을 자동으로 찾아서 알려준다.
식도락족(族)이라면 맛집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얍이 좋다. 시럽월렛은 기본적인 포인트 카드 외에 모바일 쿠폰(기프티콘), 야구장·극장·리조트 입장권까지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이용자가 있는 위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느냐도 편의성에 중요한 요소다. 시럽월렛은 전국 4만1000여곳의 제휴 매장에 '비콘(beacon)'이란 실내 위치 파악 장비를 부착했다. 제휴 매장 주위 50~70m 이내에 이용자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모바일 할인 쿠폰을 스마트폰에 띄워 준다. 백화점·편의점은 물론이고 홍대, 강남, 가로수길 등 전국 15개 핵심 상권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립은 KT가 전국에 구축한 18만여개의 와이파이(무선랜)를 활용해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얍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와 고주파(高周波) 기술을 결합해 보다 정교한 정보를 제공한다. 얍컴퍼니 측은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 신호를 매장에서 쏘고 이 소리를 스마트폰 마이크가 인식해 실제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만 알림을 보낸다"면서 "스팸성 광고 메시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할인 쿠폰을 받고 싶지 않으면 차단할 수도 있다.
◇지출 내역 자동으로 정리하는 모바일 가계부
가계부 앱은 일일이 종이 가계부나 엑셀 파일로 정리할 필요없이 소비 내역을 자동으로 관리해준다. 스마트폰에 날아오는 신용카드사의 '결제 승인' 문자와 은행의 '입·출금 알림' 문자를 바탕으로 지출 내역을 관리한다. 외식·대중교통·문화 등 분류도 알아서 척척 해준다. 별생각 없이 쓰는 신용카드도 내역을 차곡차곡 쌓아 그래프 형태로 보면 자신의 씀씀이와 지출 분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SK텔레콤의 '돈버는 가계부'는 공유(共有) 기능이 특징이다. 부부 가계부는 남편과 아내, 커플이 함께 지출 내역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가계부다. 동호회 총무가 회비 관리용 가계부를 만들면 최대 99명과 사용 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 지출 내역을 달력 형태로도 볼 수 있어 매일 얼마나 썼는지 직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비슷한 연령과 수입을 가진 사람들과 내 지출을 비교해주는 '비교 가계부 기능'도 재미있다.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는 것으로 식비·통신비·생활용품 등 각 분야의 지출이 얼마나 많고 적은지 확인할 수 있다. 내 소비 생활이 너무 지나치지 않은지 알아볼 수 있다.
기술 및 금융권 전문가들이 창업한 텐큐브의 '클립가계부'는 시각적(視覺的) 요소를 활용해 개개인의 소비 보고서를 일목요연하게 작성해준다. 월 목표 금액을 설정하면 '이달 목표에 맞추려면 하루 평균 2만원씩 써야 합니다. 현재 1만7300원씩 쓰고 있습니다'는 식으로 안내해준다. 문화, 교통 등 분야마다 세세하게 통계를 내 가장 많이 지출한 날짜, 요일, 시간대까지 분석해 알려준다.
네이버의 '네이버 가계부'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PC로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세세한 내역이 많기 때문에 큰 화면의 모니터로 볼 수 있고 필요시 인쇄도 가능하다. 대형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답게 디자인과 기능이 직관적이고 탄탄하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이모티콘도 적용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해외에서 결제한 카드 승인 문자는 자동으로 원화로 바꿔 반영해줘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