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가가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보통 전기차 배터리 같이 기업들이 일대일로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중간재는 가격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례다. LG화학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GM은 지난 1일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사 주력 전기차 볼트에 쓰이는 배터리 셀 공급 가격을 공개했다.

5일 2차 전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체 GM은 지난 1일 글로벌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사의 주력 전기차 ‘볼트’에 쓰이는 배터리 셀 공급 가격과 향후 가격 전망을 공개했다. GM은 2016년 10월 판매 예정인 신형 볼트에 탑재되는 LG화학제 배터리 셀 가격은 kWh(킬로와트시) 당 145달러이며, 2019년까지 같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배터리 셀 가격은 2022년 kWh 당 10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GM은 예상했다.

LG화학은 GM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전용 공장을 세워 가동하고 있다. GM은 이날 자사 전기차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LG화학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LG화학이 GM에 공급하는 배터리 가격은 동종 업계 대비 절반 수준 또는 최대 3분의 1까지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LG화학이 독보적일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를 많이 수주하는 것이 낮은 배터리 가격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팩이 전력제어장치 등을 탑재해 단가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kWh 당 200달러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2차 전지 업계의 분석이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또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피아트, 푸조, 도요타, 혼다, 포드, 현대기아차 등에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한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공급 업체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있어 관련한 내용은 일체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 납품가보다 비싸게 계약한 자동차 업체는 강하게 가격 인하를 요구할 명분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2차 전지 업계는 이 같은 가격에 대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낮은 가격이 가능한 이유가 무언지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자 부품의 경우 대규모 공급을 전제로 납품 단가를 확 낮추는 경우가 잦다”며 “이번에도 대량 납품과 장기 계약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기 때문에 저가 공급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핵심 고객사인 GM을 상대로 낮은 마진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