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무분별한 한국 프랜차이즈 베끼기가 횡행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비슷한 상호를 사용하거나 교묘하게 모방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혼란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영업에 지장을 주는 일도 빈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현지 ‘짝퉁’ 브랜드가 생길 경우 타격이 크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법률 대응 등 대책 마련을 모색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中 업체 ‘브라더스불고기’ 상하이서 오픈 앞둬

국내 외식업체인 주식회사 이티앤제우스의 주력 프랜차이즈 ‘불고기브라더스’는 최근 중국 브랜드 ‘브라더스불고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주로 해오던 중국 현지법인 ‘더카페카카오그룹(The Cafe Kacao Group)’이 최근 불고기브라더스의 낱말 순서만 바꿔 브라더스불고기란 상호를 내걸고 한식 불고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지 한인매체에 따르면 더카페카카오그룹은 중국 상하이(上海)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홍췐루(虹泉路)에 1800㎡ 규모로 식당을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중 하나인 완다그룹 및 유통업체 세기연화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불고기브라더스를 설립해 국내외 30여개 매장을 갖춘 브랜드로 만들어온 이티앤제우스 경영진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메뉴가 같고 브랜드가 거의 흡사한데다, 불고기브라더스 역시 이미 중국에 진출해 영업 중인 상태기 때문이다.

불고기브라더스 해외진출 현황.

불고기브라더스 관계자는 18일 이와 관련, “앞으로 중국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인데, 상하이에 매장을 오픈할 경우 브랜드 충돌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해외 상표권을 담당하고 있는 특허법인에 문의한 결과 현지에서 상표 등록 절차가 완료돼 경고장 전달 외에는 딱히 대처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티앤제우스는 현재 중국, 베트남, 캐나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있으며 중국에선 충칭, 선양 등에서 점포 3곳을 운영중이다.

◆ 설빙·교촌치킨 등도 곤욕해결 쉽지 않아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설빙과 교촌치킨 등도 비슷한 사례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아이돌 음악과 드라마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자 대놓고 한국 브랜드를 모방해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모방 업체들 상당수는 한국 본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며 현지에서 가맹점 모집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 누군가 먼저 상표 출원을 하면 우선권을 갖는 중국법 체계 때문에 국내 프랜차이즈들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26일 서울 송파구 설빙 본사에서 정선희(왼쪽에서 다섯번째) 설빙 대표와 위용(왼쪽에서 네번쨰) 중국 광주페이룡유한회사 대표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상하이 1호점을 낸데 이어 4호점까지 잇따라 오픈할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설빙’은 종업원 복장, 진동벨 문구까지 그대로 베낀 유사 브랜드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고, 교촌치킨(교춘치킨), 둘둘치킨(투투치킨), 파리바게트(파리필링) 등 다른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들도 중국 모방 기업들 때문에 피해가 크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업체보다 먼저 상표를 등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특허청이나 코트라 등 수출 유관기관에서 해외 상표 출원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