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이현구(가명·60)씨는 최근 수백만원을 들여 모발 이식 시술을 받았다. 외부 사람을 만나고 행사에 참석해 '사진' 찍을 일이 많은데 숱이 없는 머리가 계속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는 "수술 후에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니 사업하는 데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씨가 시술을 받은 서울 압구정동의 한 모발이식 센터는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에는 일주일 내내 쉴 틈도 없이 시술을 한다"며 "올 추석 연휴도 벌써 예약이 끝났다"고 전했다.

14일 가발업체 하이모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자신과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의 가발을 고르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착용해보고 있다.

탈모(脫毛) 방지, 두피(頭皮) 관리와 관련된 이·미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가발, 모발이식, 헤어용품 등 관련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급성장하는 탈모·두피 시장

가발, 샴푸, 제약, 이·미용 업체는 물론이고 백화점, 대형마트도 저마다 두피·탈모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고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1위 가발 업체 하이모는 지난해 6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발은 길이와 소재 등에 따라 가격이 20만~180만원 하는 고가품이지만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이모는 올 6월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린 신제품 'RC헤어'를 출시하고 직영점포를 51개까지 늘렸다.

화장품·제약 업체도 탈모 방지 효과를 강조하는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기능성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녹차 성분이 들어간 두피 관리 제품과 머리숱이 적은 이마·정수리 부분에 바르면 자연스럽게 색을 입혀 주는 '헤어쿠션' 등이 그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엔컴퍼니는 이달 초 모근(毛根)을 강화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지 않게 하는 샴푸를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전국 80개 점포에 '탈모 샴푸 전용존'을 구성했다. 이곳에는 두피에 이로운 기능성 샴푸를 모아놓고 유기농 샴푸 20여종도 추가했다. 프랑스 1위 두피 제품 업체 르네휘테르는 올 1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뒤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11개 백화점 매장에 입점했다.

◇공부·취업 스트레스로 젊은 층 탈모 늘어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매년 10~20%씩 증가해 2012년 10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과 젊은 층의 탈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 환자 가운데 10대 이하가 13%, 20~30대 환자가 46%에 달한다. 공부와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원형탈모증과 빈모증(貧毛症) 등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현준 대한가발협회 이사장은 "머리숱이 적은 여성들이 부분 가발을 많이 이용하면서 전체 가발 사용자의 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관련 시장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2004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으로 10배 증가했다. 2004년 500억원 규모였던 가발 시장도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20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제품을 일본과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이모는 서울대와 개발한 입체 두상(頭像) 측정기 '3D(3차원) 스캐너 시스템'을 일본 가발 업체 아트네이처 등에 수출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정확한 머리 형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머리에 꼭 맞는 가발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두피와 안면 관리용 피부미용 기기를 생산하는 비비마스크는 지난달 중국 '모닝크리에이티브 그룹'과 2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5~1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K뷰티 페어 인 차이나'에는 이가자헤어비스 등 한국 미용 업체들이 참가해 자연스러운 한국 스타일을 선보였다.

하나금융투자 장진욱 애널리스트는 "탈모 치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머리 감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미용 시장에서 샴푸와 두피 관리 등 머리 관리 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