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모든 출입구를 오갈 때마다 일일이 체온을 재야 합니다. 어떨 때는 하루에 여러번 재야돼서 번거롭다는 불만이 많아요.”

김현정 서울의료원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장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감염병 환자를 차단하기 위해 병원 입구에서 채온을 재는 담당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병원 출입구를 모두 통제하다 보니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환자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체온을 재는 일이 많았다. 환자들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김 센터장이 직원들과 함께 고안해낸 것이 ‘건강 36.5’ 스티커다. 한 번 체온을 잰 환자는 스티커를 옷 위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하고, 같은 날에 병원 안팎을 오갈 때 체온을 여러 번 재는 일이 없도록 했다.

스티커는 환자들에게 메르스에서 안전한 사람이라는 안도감을 주는 역할도 했다. 김 센터장은 “병원은 환자들이 느끼는 작은 불편사항 하나라도 고민을 거쳐 개선할 수 있다”며 "진료 외에도 작은 혁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담당부서나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은 이처럼 환자나 의료진의 불편을 개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를 4일 개소했다. 센터는 병원에서 가장 병원답지 않은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했다. 병원 2층에 마련된 별도의 센터 공간에서는 신발을 벗고 인조잔디에 앉거나 평상 형태의 긴 의자에 누울 수 있다. 미리 준비된 다과와 함께 편안한 자세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직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떠오르는 대로 병원 불편사항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일 수 있다. 이후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로 판단되면 내부 검토를 거쳐 실행에 옮기게 된다. 센터는 내부 의료진과 직원들이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고 추후 서울특별시 산하 다른 병원이나 시민들에도 공개하기로 했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환자의 입장과 의료진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하고 공감하는 디자인의 한 영역이다. 서울의료원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는 공공병원에 생긴 첫 서비스디자인센터로, 디자이너와 의료진, 환자들이 병원을 바라볼 때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센터는 의료와 디자인, 보건, 경영,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교집합에서 혁신적인 시너지를 내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공간으로 채울 계획이다.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에서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병원 혁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오르는 대로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부착한다.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부터 내부 검토를 거쳐 실행에 옮기게 된다.

팽한솔 서울의료원 서비스디자인팀장은 “센터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병원에서 느낀 경험을 공유해 병원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혁신 활동이 이뤄진다”며 “환자들이나 의사, 간호사 등이 병원에서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은 “병원은 환자와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의료서비스 혁신을 구상하고 실현하고 있다”며 “의료진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직원들부터 자유롭고 편안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별도 센터를 처음 시작한 것은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이다. 이 병원은 2008년 혁신센터를 설립해 환자를 위한 혁신 아이디어를 이끄는 별도 부서와 공간을 두고 있다. 국내에도 메이요클리닉 사례가 소개되면서 2013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센터, 삼성서울병원 미래 혁신센터 등이 설립됐다. 센터들은 내부 직원의 병원 혁신 아이디어를 받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환자와 병원, 지역사회와 병원 간 신뢰를 쌓는 역할에 나설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센터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이 느낀 병원의 불편점을 찾고 개선하겠다”며 “모든 직원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병원을 일하기 좋은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