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근, 김종배 지음|반비|416쪽|1만8000원

1392년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고, 2년 뒤인 1394년 수도를 개경(지금 개성)에서 한양(서울)으로 옮겼다.

이후 6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았다.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의 인구는 10배로 늘었다. 또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이 밀집한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이런 서울을 이 책의 저자들은 정치지리학 관점에서 바라봤다. 정치지리학은 국가의 성쇠(盛衰)를 지리학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책 제목에 나오는 메트로폴리스는 라틴어로 ‘수도, 대도시, 핵심’을 뜻하는 ‘메트로(metro)’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polis)’가 합쳐진 말로 대체로 인구가 100만명이 넘고, 전국적인 기반 위에서 여러 기능을 통합한 핵심도시를 말한다.

이 책은 일본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권력과 자본, 제도가 서울을 둘러싸고 어떻게 변했고, 이로 인해 서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추적한다. 그린벨트를 만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강남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사무지구로 자리를 잡았을까? 한국 고유의 행정기구인 동사무소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들은 왜 아파트에 열광할까?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한다.

많은 사람은 그린벨트에 대해 무질서한 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보가 사실일까? 거짓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그린벨트가 환경보호의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야말로 ‘그린벨트의 어머니’였다. 정부는 19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했지만, 공사비 마련이 고민이었다. 결국 고속도로 개발예정지 인근 땅주인들에게 기부받은 땅 일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체비지’라고 불렀다.

하지만 팔아야 할 땅도 많은 데다 체비지가 생각보다 잘 팔리지도 않아, 정부는 투자가 몰리는 다른 지역의 땅을 그린벨트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막았다. 그 대신 체비지 구매를 유도했다. 이것이 그린벨트 제도의 시작이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자는 34년 동안 서울에서만 살아온 서울 토박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대해 몰랐던 사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책을 처음 접하고 저자의 글과 차례만 봤을 때, 복잡하고 어려운 정치학 도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저자가 아는 풍부한 비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어려움보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볼만한 한편의 현대사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리적 환경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은 서울의 진짜 모습이 궁금한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