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환 지음|MID|256쪽|1만5000원
정말 잠에서 깨기 싫을 정도로 행복한 꿈을 꾼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복기하려고 애쓰지만, 이미 기억에서 떠나 허탈했던 경험도 더러 있을 것이다.
뇌를 연구하는 이른바 '뇌 공학자'들은 요즘 이런 아쉬움까지 달래줄 기술을 꿈꾸고 있다. 꿈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드림 레코더'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리가 꾼 꿈과 아주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내용이 상당히 유사한 이미지를 MRI로 그려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꿈을 저장하고 다시 꺼내 본다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이 책은 뇌 공학과 관련된 연구들의 지난 역사부터 현재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드림 레코더도 책에 소개되는 연구 중 하나다.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금까지 뇌공학 분야에서 국제 저명 학술지에 1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온 전문가다.
세계는 지금 앞다퉈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년 4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연구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당시 그는 "인류는 몇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를 발견했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연구할 수 있지만, 아직도 우리 양 귀 사이 3파운드(약 1.3㎏)에 불과한 물질의 수수께끼는 풀지 못했다"면서 향후 10년간 30억달러(약 3조원)를 뇌 공학 연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왜 뇌 공학인가. 저자는 인간의 수명 연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복은 요원하다. 그 열쇠가 뇌공학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어려운 기술들을 쉽게 풀어낸다. 뇌 공학과 관련된 각 기술을 소개하기에 앞서 흥미로운 '가정'들로 풀어낸다. 7장의 '뇌는 진실만을 말한다'는 정기 뇌 MRI 검사를 받은 임직원이 해고되는 상황 묘사로 시작한다. MRI 검사 결과 이 직원이 회사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 거짓말 탐지 MRI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현실에 적용했을 때의 영향을 추측해볼 수 있다.
뇌 공학 연구에 따르는 사회적인 합의,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한다. 인공지능 연구를 소개하는 12장에서는 60년전 아이작 아시모프가 발표한 '로봇 3원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로봇윤리를 만들 필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삐뚤어진 학습 때문에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는 아시모프 3원칙 중 1원칙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에 해당하는 문제다. 단순히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 로봇이 파괴당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책의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장밋빛 미래만 얘기하며 뜬구름을 잡지 않는다. 뇌 공학 연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와 부족한 점을 짚어준다. 뇌 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고르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