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① 대우조선해양… ‘빅배스냐 의도적 감추기냐’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5.07.30 09:32 | 수정 2015.08.03 07:53

    대형 조선·건설업체들에 대한 분식회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출렁이거나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공사 완료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건설업계의 특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항변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은 정말 불법을 저지른 것일까. 최근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이 건조되고 있는 모습.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분기보다 적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해양 플랜트에서 발생한 2조원대 이상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정확한 부실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27일부터 실사에 착수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회사가 부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는지 여부다.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면 단순 어닝쇼크(예상보다 나쁜 실적)로 마무리 될 수 있지만, 손실 발생 사실을 알고도 이를 제 때 반영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된다.

    회계감사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경영진 교체 시기에 잠재 부실을 떨어내는 빅배스(big bath)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선박을 제조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예기치 않게 커지자 공사손실충당금 등을 설정해 손실로 반영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다만 실사 과정에서 의도성이 확인된다면 분식회계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공사손실충당금 2조원 규모...빅배스 분석도 나와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대규모 적자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공사손실충당금이다. 공사손실충당금이란 선박 제조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들어갈때 이를 실적에 반영해 주기 위해 설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제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향후 공사손실이 예상될 경우 충당금을 쌓아 비용으로 반영하게 된다. 선박 건조 기간이 3년이라면 선박수주금액과 선박 제조 비용(총예정원가)을 3년 나누어 매출과 비용으로 잡는데, 예정원가가 선박수주금액을 초과할 경우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총예정원가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박 건조기간이 3년, 수주금액이 1조원, 총 예정원가가 4000억원이라면 6000억원을 3년에 나누어 수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설계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예정원가가 갑자기 불어나게 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아 어닝쇼크를 기록했었다.

    회계감사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적자를 빅배스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예정원가가 불어날 것으로 보이자 CEO 교체 시기에 잠재 부실을 떨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손실이 3조318억원인데, 노르웨이 및 호주 공사 관련 공사손실충당금으로 2조원 가량을 반영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사손실충당금은 특정 프로젝트의 예상 손익이 악화돼 선박 인도시까지 예상되는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미리 반영하기 때문에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프로젝트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 분식회계는 의도성 밝혀야 하는데 쉽지 않아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의 공사 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업계의 회계 처리 특성으로 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손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노리고 손실 반영을 늦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 4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해양 플랜트를 수주한 다른 업체들에 비해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반영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규모 손실이 파악된 것은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인 올해 5월 무렵부터인데, 과거 경영진이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면 위법행위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빅배스로 볼 수 있지만, 회계기준상으로는 공사 현장의 손실 가능성이 확인되면 결산에 즉각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빅배스와 분식회계의 차이는 고의성의 유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이 손실 여부를 언제 인지했느냐에 따라 고의성이 판가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사손실충당금은 예정원가에 대한 추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의도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손실충당금을 적게 잡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 및 일부 경영진은 고의로 STX조선해양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적게 잡아 이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2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한 바 있다. 분식 회계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 영업손실 급증… 미청구 공사대금 부실 뇌관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63.1% 줄어든 1조6564억원, 영업손실은 3조318억원, 당기순손실은 2조4816억원이라고 밝혔다. 1분기 매출액이 4조4860억원, 영업손실이 43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청구 공사대금이 더 큰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청구 공사대금은 발주처(선주)로부터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부실자산인데, 최근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청구 공사대금이 늘고 있다는 것은 현장에서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매출채권의 경우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미청구 공사는 대손충당금도 쌓지 않는다. 공사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끝내 대금을 받으면 문제가 없지만, 계속 누적되다가 회수하지 못할 경우 한번에 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2분기 실적에 반영한 공사손실충당금은 노르웨이 등에서 수주한 해양 플랜트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미청구 공사대금의 경우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그 규모도 훨씬 크다.

    한 회계사는 “단순한 실적 악화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미청구 공사대금의 성격에 따라 분식회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미청구 공사대금은 9조4148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959억원)보다 2조원가량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청구 공사금액 대비 평균 0.53%에 해당하는 공사손실충당금만 재무제표에 반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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