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던 지난 5~6월, 사람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는 열영상적외선 카메라가 공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배치됐다. 카메라에 사람의 얼굴을 비추면 열이 많은 부위는 빨갛게 표시되고, 그렇지 않은 부위는 파랗게 표시됐다. 심지어 가장 열이 많은 부위의 온도가 몇 도인지까지도 화면에 숫자로 나타났다.
당시 배치됐던 열영상적외선 카메라에는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적외선 영상센서 생산업체 아이쓰리시스템의 제품이 쓰였다. 아이쓰리시스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적외선 영상센서 제조 기술을 갖고있는 기업이다. 적외선 영상센서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도 7개에 불과하다.
적외선 센서는 어떻게 사람의 열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을까? 열을 가진 물체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은 차가운 물체에서 발생하는 적외선과 파장이 다르다. 사람의 몸을 예로 들면 손·발 끝과 겨드랑이에서 나타나는 적외선 파장이 서로 다른 것이다. 적외선 센서는 이 같은 파장 차이를 영상으로 변환해 보여준다.
적외선 센서는 주로 군용 야시경·레이더 등에 사용된다. 지난해 아이쓰리시스템 매출의 81.5%가 군수 부문에서 발생했다. 적외선은 다른 빛보다 파장이 길어서 쉽게 굴절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적군이 나무나 안개에 가려져 있더라도 적외선 영상을 이용하면 상대방의 동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적외선 기술을 이용한 야시경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희미한 빛을 증폭시켜서 눈에 잘 보이게 만들어주는 광증폭 야시경이 많이 쓰였다. 적외선 야시경은 광증폭 야시경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적외선 기술을 사용하면 빛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반대로 특정 빛이 너무 밝을 경우 광증폭 야시경은 해당 불빛 이외에 다른 것이 보이지 않게 되는데, 적외선 야시경은 주변 물체도 식별이 가능하다. 다만 적외선 야시경이 광증폭 야시경에 비해 몇 배 더 비싸다.
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이사는 “적외선 센서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적외선 영상만 보면서 운전도 해봤다”면서 “헤드라이트가 보통 약 50미터의 시야를 확보해주는데, 적외선으로 보면 약 300~400미터까지 앞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1988년 카이스트(KAIST)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시절부터 적외선 센서 개발에 매달렸다. 정 대표는 “선진국들은 1960년대 말부터 적외선 센서 개발을 시작해 1990년대 후반부터 생산을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는 비록 출발이 늦었지만 정부가 기술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결국 2009년부터 적외선 센서 제조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쓰리시스템이 개발한 적외선 센서의 성능에 대해 정 대표는 “선진국 기업들이 적외선 센서 개발에 들이는 비용을 감안하면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아이쓰리시스템이 생산하는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센서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발업체 등장 가능성에 대해 정 대표는 “적외선 센서는 선진국조차 개발에 30년이 걸린 기술”이라면서 “제조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이를 단기간에 갖추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수업체였던 아이쓰리시스템은 의료기기, 휴대용 적외선 카메라 등 민수 시장에도 진출했다. 적외선 영상센서는 크게 ‘냉각형’과 ‘비냉각형’으로 나뉜다. 냉각형 센서는 기계 내부에 영하 190도의 냉각장치를 달아놓은 제품으로, 비냉각형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냉각형이 비냉각형보다 약 20배 비싸다. 이 때문에 냉각형 센서는 주로 군수용으로 팔리고 비냉각형 센서는 민수용으로 판매된다.
민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휴대폰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휴대용 적외선 카메라도 개발했다. 아이쓰리시스템 측은 야간에 산행이나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혹시라도 메르스같은 전염병이 다시 발생할 경우에도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기계 내부의 기판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특정 부분에 열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적외선 열감지 기술을 활용하면 기계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산불감시, 인명구조 등 환경감시 분야에도 적외선 기술이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직접방식의 엑스레이 기술도 개발했다. 직접방식 엑스레이 기술은 기존 간접방식에 비해 방사능 피폭량이 절반이고, 해상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격이 더 비싸다. 정 대표는 “해상도가 높아 이전에 볼 수 없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공항 검색대나 식품 검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여부에 대해 정 대표는 “적외선 영상센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돼있다”면서 “수요가 있는 국가의 요구조건을 잘 들어주는 등 기존 업체들이 하지 못하는 빈틈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쓰리시스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4% 증가했다. 매출액은 309억원으로 20.2% 증가했다.
지난 20~21일 진행된 공모주 청약은 1506.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으로는 2조7118억원이 들어왔다. 공모가는 3만6000원이었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상장을 통해 총 18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회사 측은 공장 설비 증축에 공모자금을 모두 사용할 계획이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16억9000만원
◇주요 주주: 최대주주 정한 및 특수관계인(49.19%), 기관투자자(10%)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331만7400주의 29.7%인 98만6666주
◇주관사(키움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아이쓰리시스템의 적외선 영상센서 매출은 국방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됨. 향후 정부의 국방정책이 변화할 경우 방위산업 시장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회사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
군수 시장과 달리 민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매출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함.
적외선 영상 센서는 군수무기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로, 무기 완제품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품질 문제가 생기면 제품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
핵심 연구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기술 경쟁력이 약화돼 실적이 악화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