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출혈 경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 보고 적자를 감수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투자 등 외부 수혈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 제고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소셜커머스에 시장을 빼앗겨왔던 대형마트와 유통 대기업들의 반격도 예상된다.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몰의 성장 가능성에 확실히 눈을 뜬 이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 ‘메르스 사태’로 온라인 효과 제대로 본 대형마트

최근 몇년 새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던 고객들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몰 이용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그간 대형마트는 온라인을 강화할 경우 기존 매출이 줄어들까 싶어 온라인몰을 키우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메르스 사태로 온라인몰 매출이 급증하면서 생각이 바뀐 상태다.

실제 온라인 이마트몰 매출이 메르스 사태로 6월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늘었다. 주문 건수 증가율도 51%에 이른다. 롯데마트 온라인몰의 주문 건수도 60%가량 늘었다. 홈플러스 역시 주문 건수가 37%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가 한창이던 당시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고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었다”며 “온라인몰은 신선식품 쪽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들이 온라인상에서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배송 바구니에 담고 있다.

실제 이마트 온라인몰은 전체 매출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69%에서 올해 5월까지 73%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온라인몰에서도 식품 매출 비중이 현재 73%까지 늘어난 추세다. 특히 대형마트를 물류 창고로 활용해 배송을 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온라인몰 강화가 대형 할인점, 백화점에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시장 잠식) 우려도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은 모바일 매출이 늘면 그만큼 오프라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전체 매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형마트가 출점하면 해당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운영 손실이 발생해도 자산은 늘어났다”며 “이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증대를 기대할 수 없어 매출을 온라인 업체에 빼앗기면 기업 가치까지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 투자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5조5000원으로 평가되면서 이마트(6조6000억원)와 롯데쇼핑(7조원) 시가총액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기존 할인마트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 오픈마켓과 경계 모호한 소셜커머스, 경쟁 격화

소셜커머스업체의 상품 판매 비중은 초창기 식당, 레스토랑 할인권 등을 파는 지역딜 상품이 90%에 육박했다. 그러나 현재는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패션, 식품 등 오픈마켓과 시장이 겹친다. 판매하는 상품만 보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의 차이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다만 관련법상 판매자(소셜커머스), 중개자(오픈마켓)이라는 지위에만 차이가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픈마켓도 최근에는 소셜커머스의 특화된 추천(큐레이션)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모바일쇼핑 사업도 강화하는 추세다. 오픈마켓은 소셜커머스 큐레이션형 모델과 비슷하게 한정된 품목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강화했다. 소셜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초기 모바일 시장을 잡기 위해 모바일 전용 쿠폰, 광고 등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오픈마켓은 수많은 판매자가 존재해 상품 수도 많다 보니 구매자가 일일이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화면이 작은 모바일 환경에는 상품 수가 많은 것이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픈마켓 업체들은 인기 있을만한 제품을 특정 시간대에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상품을 모바일 초기화면에 전진배치했다. 이미 옥션 ‘올킬’, G마켓 ‘슈퍼딜’, 11번가 ‘쇼킹딜’ 등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의 경계는 허물어진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경우 이미 작년에만 물류센터에 1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 중 상당액도 물류센터 구축에 쓰일 것으로 예고한 상태”라며 “경쟁 업체들은 쿠팡이 (물류 등) 따라갈 수 없는 규모의 진입장벽을 구축하기 전에 어떻게든 방향성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