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 중인 삼성물산이 최근 합병 반대 의견을 낸 미국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은 5일 내놓은 'ISS 보고서에 대한 입장 자료'에서 "ISS 보고서는 여러 부분에서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일부분은 엘리엇(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이 주장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충분한 검토 없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반격을 가했다. 삼성물산은 ISS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에 대해 "대한민국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주가(株價)로 결정된 것인데, 이를 일방적인 순(純)자산가치 기준으로 산정해 '불공정하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ISS가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 부문 가치를 낮춰 잡고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누락하는 등 제일모직의 순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ISS가 엘리엇 주장 그대로 인용"
삼성물산은 이날 합병 비율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ISS 스스로 이번 합병 비율이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평가를 할 때는 순자산가치 기준을 적용해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SS가 1대0.95로 제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도 비현실적이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물산 내 건설과 상사(商社) 부문의 기업 가치를 과대평가한 데다,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 가치를 산정할 때 법인세율(24.2%)을 반영하지 않는 등 기초적인 오류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물산은 "ISS가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는 과대평가한 반면,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가치를 실제 이하로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 부문 자(子)회사·손자회사의 시장 가치를 7조5000억원대로 평가하는데, ISS는 그 가치를 1조5000억원 정도로만 봤다는 것이다.
◇재계, "엘리엇에 不法性 있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겉으로는 '주주 가치',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엘리엇이 실제 보인 행태는 모순과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엘리엇은 지난달 24일 삼성물산의 합병 주총과 관련해 의결권 위임 대리인을 공시했는데,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회계사 2명을 대리인 명단에 올렸다가 해당 회계법인과 회계사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 사건 당시 제출한 국문 번역 자료에서 "올 2월 삼성물산으로부터 '(삼성물산) 사들은 일체의 합병이나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영어 원문에는 이런 표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 측은 뒤늦게 "번역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의도적으로 오역(誤譯)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법원에 제출한 기업 가치 평가보고서도 임의로 수정하는 등 외관상 공정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실상은 한국 법 체계를 무시(無視)하고 있다"며 "아무런 근거 없이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삼성물산의 주가 조작설 등도 한국의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을 우습게 보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달 8일쯤 투자위원회를 열어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찬반 여부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넘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위원회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