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조선비즈가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주최한 ‘2015 미래에너지 포럼’에서는 ‘저유가시대의 자원개발’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모두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교수,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박용수 RG 에너지 자원 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대표.

“한국이 후발 주자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원개발은 한국에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입니다.”

18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열린 '2015 미래에너지포럼'에서는 ‘저유가시대의 자원개발’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청중들로부터 한국이 자원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어 승산이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대표는 “내가 2004년 재직했던 EQT라는 작은 도시가스회사는 지금은 S&P500에 속한 25조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면서 “결코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에는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박용수 RG 에너지 자원 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박희준 대표가 참여했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정우진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의 자원개발 투자에서 잘못된 점은 개선하고 자원개발 산업 인프라(기반시설)를 확충해 자원 강대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한국은 자원 확보 동력을 다시 살려 자원개발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자원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들은 자원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하며 기술 개발, 운영, 투자가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희준 대표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많은 회사가 자원개발 투자를 연기하고 있지만, 투자의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며 “자원개발은 최소한 십년 이상의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산업이라 흠집 잡기를 위한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논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녕 교수는 “한국은 자원개발 투자와 기술 개발이 미미하다”며 “한국은 불확실한 리스크(위험)를 문제로 보지만 결국 전 세계에서 제일 크고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에너지 회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그동안 자원개발 발목을 잡아온 불필요한 논쟁, 공기업 구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우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유아 단계에 있는 자원개발을 자원안보와 결부시키는가 하면 위험이 크고 전략이 필요한 사업에 공기업이 투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등 불필요한 논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이 자원개발을 직접 해보고 기술진을 참여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공기업은 독점시장 관리형 구조라 투명성과 효율성을 겸비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공기업은 민간기업을 돕는 위험 분산 기관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민간과 경쟁하는 체제로 변했다”며 “공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민간기업을 돕기 위해 정보를 주는 다양한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기업이 민간기업을 돕는 역할을 안하면 정부가 그런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원개발 주체에 대해서는 대기업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허 교수는 “자원개발은 엄청난 리스크(위험)가 특징이라 중소기업의 경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는 위험을 분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개발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는 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박용수 부회장은 “국가와 국가가 연결되는 게 자원외교”라며 “우리 나름대로 자원 부국과 발맞춰나가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도, 투자에 따른 수익도 얻으며 휴대폰이나 TV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외교를 너무 내세우지 말고 기업이 앞장서 그 나라가 원하는 산업시설, 석유화학발전소 등을 세워 발굴하면 금융 쪽에서도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양훈 교수는 “에너지 확보 뿐만 아니라 에너지, 조선, 기계, 화학, 전기전자, 금융보험 분야를 에너지와 종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녕 교수는 “자원개발 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도 제대로 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권한을 행사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며 “자원개발 말고 기술용역이나 기술용역회사 법률자문으로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관련 신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허 교수는 “자원을 팔고 있는 나라는 자원이 자국 내에서 소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를 팔아 돈을 챙기고 자국 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원자력을 쓸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