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를 확산시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립니다.”
6월 14일 오전 10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송 원장은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새로운 환자의 진료를 중단하는 부분 폐쇄를 선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 27~29일 응급실에 입원했던 1명의 메르스 환자를 제대로 막지 못해 73명의 환자와 893명의 격리대상자를 만들었다. 또 환자 이송요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4075명의 접촉자가 추가로 생겼다.
의료계는 이 날 송 원장의 사과를 보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도 응급실은 매우 후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하루 평균 200~500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응급 진료를 받거나 병실 입원을 기다린다.
대형병원 선호 현상으로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모이면서 응급실은 더 붐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허가병상 89병상에 비해 33.2% 많은 115병상 규모로 응급실을 운영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쉬운 조건을 만들었다.
응급실 감염을 막으려면 환자들이 모여있는 개방형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는 다른 환자들과 섞여있다가 검사가 끝난 뒤에 진단을 받는다. 미국과 유럽 병원은 응급실을 1인실로 운영해 감염 위험을 낮췄다. 국내 병원들도 환자가 방문한 순간부터 다른 환자들과 분리해야 감염병 진단 이후 접촉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자 마음대로 응급실에 갈 수 있는 진료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감염병 의심환자 1명이 여행 이력이나 병원 진료이력을 말하지 않고 여러 병원 응급실을 오간다면 순식간에 수백명의 감염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병원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급실 투자를 꺼려왔다. 감염관리를 위한 시설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1인당 감염관리를 위해 받는 비용은 4600원에 불과하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임시적으로 환자 1인당 1만원의 감염관리료가 책정됐지만, 손 소독제와 마스크만 사도 이 비용을 훌쩍 넘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응급실 환경 개선을 더 늦출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감염관리를 위한 기준을 강화하고, 병원에 적절한 운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병원도 응급실을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고유의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응급실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응급실 환자들을 감염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