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정관에서 2009년 사라진 증권거래법을 근거 법률로 삼고 있다.

삼성물산(028260)이 회사 정관에 2009년 2월 사라진 증권거래법과 법 개정으로 사라진 상법 조항을 근거 법률로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최근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매수해 경영간섭에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정관을 바꾸자는 제안을 내놓은 상태라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주주가 회계장부 및 주주명부 등의 회사 주요 서류의 열람권을 규정하고 있는 정관 11조 2항에서 근거 조항으로 증권거래법 제191 조와 상법 제466조를 들었다. 삼성물산은 정관 제9 조 신주발행과 주식매수선택권 관련 조항에서도 증권거래법을 근거 조항으로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거래법이 지난 2009년 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로 통합되면서 법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상법 제466 조도 상법 개정으로 인해 현재 ‘감자무효의 소(제445 조)’에 대한 ‘준용규정’으로 바뀌었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7.12%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 자격으로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관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관 내용의 타당성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에 정관을 변경하자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삼성전자, 삼성SDS 주식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산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당에 대한 결정권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가 갖도록 정관을 바꾸자는 게 ‘엘리엇 안(案)’의 핵심 내용이다. 엘리엇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정관이 법령 개정을 몇 년째 반영하지 않은 것을 꼬투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해당 조항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큰 각종 경영 현황 관련 서류 열람권의 핵심 근거 조항이기도 하다. 엘리엇은 현재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으로 정해진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을 1 대 1.6으로 5배 상향조정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후 엘리엇이 해당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별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회계장부 열람과 업무·재산상태 검사인 선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이 삼성과 위임장 대결을 펼치기 위해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다음달 17일 예정된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엘리엇은 표 대결을 위해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엘리엇이 정관 규정을 문제로 삼는다면 해당 조항이 강제력이 있는 규정(강행규정)인지, 법률이 통폐합되거나 개정되었어도 후속 법률이 원래 있던 법률의 논리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측에서 원래 법률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정관 변경을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정관이 6년 넘게 법 개정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회사 측의 정관에 대한 무신경해 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