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화학을 배운 미국의 발명가 에드윈 랜드는 어느 날 아이들과 사진을 찍다가 딸에게서 질문 하나를 받았다. “사진은 왜 찍으면 바로 볼 수 없느냐”라는 질문이다. 랜드는 곧장 즉석에서 사진촬영과 필름현상, 인화까지 가능한 신개념 카메라 개발에 착수했고, 1948년 이 카메라를 시장에 선보였다. 바로 오늘날 즉석카메라의 대명사로 꼽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가 주도하는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이렇게 어린 아이의 순진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2013년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심야버스도 비슷한 사례다. 새벽 시간 대중교통 수단도 없고 택시 승차 거부로 불편을 겪는 시민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서울시와 KT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심야 시간대 유동인구와 밀집도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이 많이 모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선별해 노선을 정했다. 이처럼 절실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내는 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시작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일 사회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 ‘X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지난해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만 도전적인 연구, 틀을 깨는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X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올해부터 착수에 들어갔다. X프로젝트는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X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구글X 프로젝트는 영화나 역사 속 영웅들처럼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최근 구글이 선보인 구글글라스와 자율주행차량도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계 인사를 아우르는 인사 12명으로 ‘X프로젝트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과학기술계에선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과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고욱 아주대 미디어학과 교수,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가 참여했고 인문사회계에서는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김진우 연세대 인간컴퓨터인터페이스연구실 교수,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원,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산업계에선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와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과학기술과 데이터, 비즈니스, 사람과 사회 영역에서 문제 해결이 절실하지만, 그간 손을 놨던 문제 찾기에 나섰다. 시력이나 촉각 같은 감각을 잃은 사람에게 감각을 되돌려 주는 기술이나 최근 우주공간에 발사된 인공위성이 늘면서 발생하는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IT기술을 활용해 현대인의 독서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도 주요 대상이다.

추진위원회는 우선 이날부터 8월까지 홈페이지(http://xproject.kr)에서 해결이 절실하게 필요하거나 세상을 바꿀만한 영향력이 있는 질문을 받기로 했다. 추진위원회 측은 8월말 100대 위대한 질문을 선정해 9월 1일 발표하고 제안자에겐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추진위원회는 이렇게 선정된 위대한 답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연구팀을 공모하고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연구개발 과제 가운데 돈이 되는 부분은 속도를 높여 빠르게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건우 추진위원장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식의 진보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