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에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표 결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028260)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삼성SDI(006400), 삼성화재 등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5일 보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1558만8592주(지분율 9.9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1154만7819주(7.39%), 삼성화재는 747만6102주(4.79%),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20만6110주(1.41%) 순이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은 서한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안에 대해 '기권' 의사를 표시 했고 결국 합병은 무산됐다. 합병 결의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시세보다 주식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다.
한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이후 삼성물산의 공매도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높은 가격에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주식을 산 후 되돌려줘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5일 삼성물산의 공매도 거래량은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엘리엇이 지분 보유 공시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평균 1만주 미만이었는데 급증한 것.
향후 엘리엇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결국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