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3대 조선업체가 위기 돌파를 위해 '3사(社) 3색(色)', 같은 듯 다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개사가 공통적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인력 구조조정 건에선 다른 접근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重 "인력 구조조정 중단 선언"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울산 본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지난해 3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 1300여 명과 고교·전문대를 졸업한 여성 사원 200여 명을 희망퇴직시켰던 현대중공업은 인위적 인력 감축은 일단 중단하고 노조와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1일 오전 출근길 임직원에게 나눠준 담화문에서, "우리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선박 2000척 인도 자축(自祝) 차원에서 경영 상황이 좋아지면 지급하기로 한 1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권 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후 감원(減員)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여온 현대중공업에는 노사(勞使)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회사가 1971년 창사 이후 44년 만에 최초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자, 노조는 "생산직도 감원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 반발해왔다. 조선업계에서는 권 사장의 1일 담화문에 대해 "권 사장이 갈등 국면을 수습하기 위한 유화책을 내놨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권 사장은 "지금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스르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축 이외에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3개 회사의 영업 조직 통합, 성과가 낮은 해외 법인과 지사에 대한 통폐합 작업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조직·사업 개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삼성, 감원 없는 구조조정 실시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달리 인력 감축은 하지 않더라도 사업 구조조정에 조만간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를 앞뒀던 지난해 별다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사장이 교체되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취임한 정성립 신임 사장은 "사업 다각화로 자원이 분산되지 않도록 본업인 상선, 특수선, 해양 플랜트 분야로 최대한 힘을 모으고 그 외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사업구조 재편을 예고했다. 올 1분기에 8년 6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非)주력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조만간 골프장, 풍력 발전 사업, 건설 사업 등의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정 사장은 하지만 취임 이전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노조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낸 삼성중공업은 작년 말 조직 개편으로 임원을 감축한 데 이어 구조조정 작업을 조용하게 계속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육성하려던 풍력 발전은 적자 누적으로 사업부를 해체하며 사실상 철수 수순(手順)을 밟고 있고, 동남아 지역 조선소 건설 계획은 무기한 연기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납기 지연으로 선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노사 문제까지 터진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