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대전에 위치한 제노포커스 연구소. 여러 개의 파이프가 연결된 비커 안에 황토색 액체가 담겨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구수한 막걸리 냄새가 연구소 안에 진동했다. 시설을 하나씩 둘러보며 소개하던 김의중 대표이사가 입을 열었다.
“화장품 소재를 개발 중이에요. 발효가 이뤄지고 있어 막걸리랑 비슷한 냄새가 나죠.”
2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제노포커스는 산업용 효소를 개발하는 업체다. 기존 효소를 개량해 고객의 필요에 맞는 효소를 만들어준다.
김의중 대표는 지난 2000년 제노포커스가 설립될 때부터 창립 멤버로 함께 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지난 199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소에 있던 반재구 현 기술이사(제노포커스 최대주주)를 만났다.
“당시 반 박사님이 미생물 박테리아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 중이셨는데, 마침 저도 그 분야에 흥미를 갖고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처음 만나 공동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반 이사가 창업을 결정한 건 바이오 붐이 한창 불던 1990년대 말의 일이다. 당시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던 김 대표는 창업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반기술팀장으로 제노포커스에 합류했다. 김 이사를 포함해 25명의 직원이 초창기 멤버였다.
회사는 SK그룹, KTB 등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사업은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품 생산을 중심으로 창업한 회사가 아니었기에 초기엔 기술 개발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투자금은 많이 들어가는 반면 큰 매출을 기대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번은 SK그룹으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기로 하고 회사에 찾아갔는데, 회사가 난리가 나 있더군요. 전날 9.11테러가 발생한 거에요. 당시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SK증권이 있었대요. 다행히 다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데... 어쨌든 9.11 테러 이후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후속 투자 건은 무산됐죠.”
김 이사는 2004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제노포커스의 대표이사와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을 겸직할 수 없었던 반 이사가 연구소에 사직서를 냈지만 사표가 반려됐고, 이에 김 대표가 서른 세살 나이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창업 초기 효소, 백신, 항체를 모두 개발했던 제노포커스는 2008년 주력 분야인 효소에 집중하기로 했다. 효소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첫번째 ‘뜻깊은’ 성과는 그 해 11월에 나왔다. 일본 업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갈락토올리고당(GOS·모유에 포함된 면역 증강 물질) 제조용 락타아제 효소를 개발했다.
“당시엔 일본 회사가 그 GOS 제조용 락타아제를 독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거스 제조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었어요. 어떤 회사는 그 락타아제를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이를 계기로 제노포커스는 GOS 제조용 락타아제를 개발, 1년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일본 회사의 제품과 비교해 더 높은 온도에서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으며 활성이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나오는 등 기술적으로 우수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제노포커스에 따르면, GOS 시장은 향후 미국에서 연간 20%씩, 중국에서 24%씩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는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GOS 제조용 락타아제 판매를 점차 확대해갈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노포커스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효소 카탈라아제를 생산하고 있다. 주요 관련 제품으로는 반도체 수처리 공정용 제품과 섬유 가공용 제품이 있다. 이 중 반도체 수처리 공정용 카탈라아제를 세계 1위 반도체 생산 업체에 월 40톤 이상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제노포커스는 매출액 61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제노포커스는 락타아제 효소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중국 내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까지 회사에서 직접 하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더 좋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제노포커스는 향후 식품용, 제약용 제품과 화장품 소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에 판매 중인 효소 뿐 아니라 신제품 판매를 병행해 매출 증대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제노포커스는 1206.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1조5929억원이 몰렸다. 공모가는 1만1000원이었다.
“보통 바이오 기업이라고 하면 제약사, 건강식품을 많이 생각하는데, 효소 기업은 아미코젠 외엔 거의 없잖아요. 투자자들이 희소성이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액면가: 500원
◆자본금: 30억6000만원
◆주요 주주: 반재구(35.05%), 김의중(15.05%), 우리사주(2.4%), 주관사 의무보유분(0.5%)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735만6170주의 43.2%인 317만8938주
◆주관사(한국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글로벌 효소 제조 기업의 진출, 신규 효소 제조 기업의 출현 등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성 및 사업 환경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매출처로부터 계약 중단 및 계약의 지연, 제품 규격 및 활성도 등 기타 요건이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시에는 사업 계획 및 매출 전망에 지장이 있을 수 있음.
글로벌 효소 제조 회사 대비 마케팅 채널, 체계적 유통망, 마케팅 인력에 대해 열위한 측면이 있음. 신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더라도 효능 등에서 차별성이 제한적이면서 시장 출시 이후 가격 경쟁력, 마케팅 능력 측면에서 열위에 있을 경우 제품 수요는 감소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