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속내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올 초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설이 돌았다. 그룹의 3세 승계와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해 이들 회사 합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포함한 오너일가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42.66%다. 삼성물산은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합병시 제일모직 지분은 줄어들겠지만 삼성전자 지분 4.1%를 직접적으로 손에 쥐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완료되면 곧 이어 삼성SDS와 삼성전자도 합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무성하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도 11.25%를 갖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삼성SDS·삼성전자 합병이 마무리되면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 약 10%안팎을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두고 그룹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상속세를 줄이면서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합병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를 넘겨 받으려면 최소 3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합병 이후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SDS지분을 삼성전자 자사주 등으로 맞교환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4.1%를 포함, 삼성SDS 17.1%, 삼성테크윈 4.3%, 삼성엔지니어링 7.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너지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얼핏보기에는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은 크게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영업을 지속해온 상태다. 결국 부동산과 테마파크, 건설업은 영역이 겹치고 패션과 식음사업의 경우 상사 부문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실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으로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 등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바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