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북부에서 발견된 330만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인류의 조상이 언제부터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때마다 역사는 바뀐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 260만년 전으로 추정됐던 석기(石器) 사용 시기를 무려 70만년이나 앞당긴 발견이 최근에 공개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미국 스토니브룩대와 럿거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케냐 북부 트라카나 호수 인근에서 33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149점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다.

석기시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1960년대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석기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손쓴 사람)가 쓴 것으로 추정됐다. 호모 하빌리스는 150만~21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을 거듭한 끝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석기는 260만년 전 것인 탄자니아의 올드완 석기였다.

이번에 발견된 석기와 비슷한 시기에 인류의 석기 사용을 추정할 다른 증거도 나온 적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39만년 전 동물 뼈는 인위적으로 잘려나간 흔적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실제 석기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증거로 인정받지는 못하던 상황이다.

이번 발견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보다 훨씬 전의 조상도 어떻게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지를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의 주 저자인 소니아 아르망(Sonia Harmand)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이 석기는 우리가 화석만으로는 알지 못하는 호미닌(Homonin)의 인지 발달 과정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호미닌은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가까운 진화론적 조상이다.

연구진은 아르곤 연대 측정법으로 석기 근처에 있는 화산재를 분석하는 등의 연구를 통해 이 석기가 330만년 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 석기가 발견된 곳과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지난 1999년 330만년 전 호미닌인 케냔트로푸스의 두개골이 발견된 것을 미뤄 볼 때 이들이 이 도구를 만들어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석기에는 칼과 망치의 역할을 하는 것들을 비롯해 두드릴 물건을 올려놓는 판인 모루로 추정되는 15kg짜리 돌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또 이 지역 흙의 탄소동위원소를 연구하다 다른 발견도 했다. 지금은 사막인 이 지역이 당시에는 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구를 만드는 지적 능력은 대초원이 생기고 그 결과로 동물이 늘어나며 생겼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석기들이 초원 환경에서 다양한 식량을 얻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견과류나 식물 뿌리를 깨는 일부터 곤충을 잡기 위해 죽은 나무를 부수는 데 등에 쓰였다는 것이다. 모양이나 크기를 볼 때 고기를 써는 데 사용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발견이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르망 교수와 크리스 레프레(Chris Lepre)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지난 2011년 이 지역에서 길을 잘못 들어 언덕을 오르다 우연히 석기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도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망치로 돌을 깨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인간 두뇌 진화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한다. 도구를 만들려면 손을 자유롭게 쓸 만큼 두뇌와 척추가 발달해야 한다.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인간 기원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처드 포츠(Richard Potts) 박사는 “인류 조상의 능력과 환경이 초기 석기 기술이라는 과학계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