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는 태풍, 가뭄, 폭우, 허리케인, 폭설, 폭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반도 기후가 습하고 더운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각종 자연재해 발생빈도가 늘고 있다. 재배 작물과 해양자원 등 식생도 변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25kg 짜리 얼음포대 30개를 실은 지게차가 노량진 수산시장 점포 사이를 요리조리 바쁘게 지나 다녔다. 지게차가 들리는 가게마다 얼음을 구매하기에 바빴다. 30분 만에 지게차에 실었던 얼음 포대는 금세 동이 났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얼음이 지게차에 실려 각 점포에 배달되고 있다.

갈수록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노량진 수상시장의 얼음 소비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1100포대 팔리던 얼음이 올해 4월에는 1570포대가 팔렸다.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1500포대가 팔리던 얼음은 올해 2120포대를 넘어섰다. 백승욱 수협노량진수산시장주식회사 얼음판매 팀장은 "얼음을 찾는 곳은 많은데 인력이 없어 더 판매를 할 수 없다. 인력만 된다면 얼음은 더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빨라지는 더위 원인으로 한반도 기후 변화를 지목한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아열대화 기후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폭염, 태풍, 가뭄, 폭우 등의 기후변화 현상이 벌어지고 우리 생활과 산업도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 세계 평균 2배 앞서는 한반도 기온상승 폭

노량진 수산시장은 전국에서 얼음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제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깔고 그 위에 각종 수산물을 올려놓는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 폭은 세계 수준을 상회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세계 기온상승 평균이 지난 100년간 0.7도인 반면, 도심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1.7도 상승했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4월도 유례없는 더위가 한반도를 감쌌다. 올해 4월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며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였다. 지난 4월 27일 강원도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30도 턱밑까지 올랐다. 평년보다 무려 10도 높았다.

경상도는 더 했다. 경북 울진 기온은 지난 4월 26일 31도로 기록됐다. 경남 남해에서는 같은 날 28.7도까지 낮 최고기온이 올랐다. 이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2년 이후 4월 기준 역대 최고 기온이었다.

올해 여름에는 폭염이 우려된다. 올해 한 여름 기온 진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폭염은 기온이 급변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이른 더위에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기온 차가 급변할 때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은데, 7월 중순 이후 이 같은 폭염이 찾아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염은 10년 단위를 기준으로 발생빈도가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45개 관측지점의 최근 5년 평균 폭염 일수는 12.7일이다. 지난 30년(1981년~2010년) 평균 폭염 일수인 11.2일보다 늘었다.

기후변화 결과 중 하나인 게릴라성 집중호우도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20년 (1990년~2010년) 호우주의보 발생빈도가 과거 20년(1970~1990년)보다 25% 증가했다. 호우경보는 무려 60% 늘었다.

◆ 국내산 파파야, 커피 가능…식생도 ‘아열대화’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은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아열대 작물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아열대화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식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국내 아열대 작물의 재배 북방한계선은 점점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열대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토지면적은 286.2ha로 전년보다 15% 늘었다.

아열대작물은 영호남 농가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은 망고와 파파야, 패션프루트(백향과), 아떼모야 등 아열대 과수 5종과 아스파라거스, 여주, 오크라, 인디언시금치, 아티초크, 콜라비 등 아열대채소류 6종을 포함해 총 11종을 유망 작물로 선정했다.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커피가 지난해부터 충북에서 생산됐다. 8년 전 들여온 커피나무가 싹을 틔웠고 번식을 반복해 현재 4000그루까지 늘었다.

고랭지 작물 재배 지역인 강원도는 냉해에 약해 남부지방에서만 생산되던 멜론과 복숭아의 주요 재배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대구와 영천에서 주로 생산됐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수산자원도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 주변 해역은 아열대 바다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열대성 어종인 파란고리문어

일본 규슈 지역에서 잡히던 30kg 이상의 대형 참다랑어는 이제 4월 제주 동남부 해역에서 안정적으로 서식한다. 또 맹독성을 가진 파란고리문어는 아열대어종인데, 지난 4월 제주 북서부연안에서 출현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는 아열대어종은 지난 2011년 23종에서 2013년 43종으로 늘었다. 한반도 남쪽은 이미 아열대 바다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