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 후보이던 고산씨가 창업 전문가에서, 메이커스 운동 활동가, 이번에는 3D프린터 사업가로 깜짝 변신했다. 고씨가 설립한 개인제조 전문회사 에이팀벤처스는 지난 5월 첫 상용 3D프린터인 ‘크리에이터블 D2’의 개발을 마치고 이달부터 홈페이지(http://creatablelabs.com)를 통해 예약 판매에 들어간다.
고씨는 2011년부터 창업지원 전문 비영리단체인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대표를 맡아오다 2013년 보급형 초고속 3D프린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에이팀벤처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설립 직후 첫 모델은 ’스프린터’를 내놓고 나서 지난해 시제품을 내놨고, 이후 11개월의 마무리 단계를 거쳐 첫 상용 제품 크리에이터블 D2를 내놨다.
이달 1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에이팀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고 대표는 “3D프린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인 출력 속도와 정밀성, 가격 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보급형 3D프린터를 통해 국내 사용층을 확대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말했다. 에이팀벤처스가 선보인 3D프린터 제품은 도면을 저장한 컴퓨터에 USB로 연결하거나 SD메모리카드를 끼우면 내장된 프로그램이 곧바로 파일을 읽어 출력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용하기 어렵지 않다.
3개의 축에 입체형태의 물체를 찍어내는 부품인 프린터 헤드가 연결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델타 암’ 방식이다. 프린터 헤드가 한 귀퉁이 부분을 찍다가 다른 쪽으로 옮겨 찍기가 쉬워 속도 면에서 앞선다. 같은 급 기종 가운데 최고인 네덜란드의 울티메이커 3D프린터보다 출력 속도가 1.5배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밀도도 3D프린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3D프린터는 일반프린터의 잉크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를 녹여 한층 한층 층을 쌓는 방식으로 입체를 만드는데, 층의 두께가 얼마나 얇으냐에 따라 정밀도가 갈라진다. 크리에이터블 D2는 0.06~0.3㎜까지 적층 두께를 조절할 수 있다.
에이팀벤처스는 이번에 첫 상용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해외 경쟁사 제품 10종을 철저히 분석했다. 또 외부의 뛰어난 자원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제품 설계와 핵심 아이디어는 에이팀벤처스에서 발전시켰지만 핵심 부품은 대부분 국내와 중국의 부품 제조사 10개에서 가져온 것이다. 고 대표는 “국내 부품 제조사들이 대기업의 까다로운 납품 조건을 맞추다보니 거의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국내 실력 있는 제조사들과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품 가격도 손에 잡힐 수 있는 수준인 200만원까지 낮췄다. 최근 3D프린터 시장은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과 3D전문 프린터 쇼핑몰에서는 최근 1000~1500달러 안팎의 제품은 물론 300달러선의 제품까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창업 크라우드펀드인 킥스타터는 최근 1000달러 미만의 3D프린터 10종의 상용화를 위한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 대표는 “저가 3D프린터가 앞으로 많이 나오겠지만 대부분 기술과 성능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150만~200만원을 유지하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성능을 언제든 보강하는 확장성을 통해 사용층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이팀벤처스는 사물인터넷(IoT)을 겨냥해 무선랜(WiFi) 기능과 스마트폰과의 연동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3D프린터의 성능을 확장하는 기술을 추가할 계획이다. 3D프린터에 확장 기능을 주고 새로운 기능이 필요할 때마다 값비싼 3D프린터를 구매하는 일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또 3D프린터 업계 최초로 프린터 헤드처럼 고장이 잘 나는 핵심부품은 고장난 부품을 중고 수리부품으로 바꿔주는 리퍼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사용자들이 막상 3D프린터를 구매했다가 잠깐 쓰고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상장사의 투자를 받아 최근 회사 사무실이 있는 연건동에 전문 공장까지 마련했다.
고 대표는 “국내 3D프린터 사용층은 아직 누구인지, 시장이 얼마인지 정보조차 제대로 없다”며 “3D프린터를 활용하려는 사람이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