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막한 ‘2015 상하이모터쇼’. 행사가 열린 중국 상하이(上海)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도착한 순간 그 큰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행사장 넓이만 축구장 면적의 48배인 40만㎡로 세계 최대다. 109대의 세계 최초 공개 차량을 포함, 총 1343대가 전시됐다.
화려함에서도 손색이 없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차체가 큰 차량들이 황금색, 붉은색 등으로 형형색색 자태를 뽐냈다. 말로만 듣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모터쇼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임원들은 중국 업체 부스를 꼭 둘러봤다.
이러한 화려함 뒤에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2번 전시장에 들어서자 영국 랜드로버의 SUV 모델 레인지로버 ‘이보크’ 같은 차에 먼저 눈이 갔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자 차량에 붙어 있는 글씨가 미묘하게 달랐다. 외형은 레인지로버처럼 생겼지만, 실제 중국제 SUV ‘랜드윈드’였다. 랜드윈드는 2004년 창안(長安)자동차와 장링(江陵)자동차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랜드로 엄연한 중국차다.
스포츠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았다. 이고(益高) 전기자동차는 포르셰 카이맨과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를 섞어 놓은 듯한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업체가 짝퉁(모조품)을 선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보다 정도가 심해 보였다. 모터쇼에 참석한 랄프 스페스 재규어랜드로버 CEO도 “광저우 모터쇼에 이어 복제품이 또 나와 당황스럽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8번 전시장에 자리 잡은 창안자동차 부스도 중국산 짝퉁이 눈에 들어왔다. SUV 제품인 CS35에 붙어 있는 엠블럼(자동차에 붙는 제조사 상징물)은 브이(V)자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 현대차 에쿠스와 유사했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법적 조치 여부에 대해, "해봤자 소용 없을 것"이라 말했다.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반열에 오를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판매는 물론, 생산 규모에 있어서도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베끼는 수준에 안주한다면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은 여전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강 건너 불처럼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지금은 엠블럼 하나지만, 언젠가 주요 디자인을 통째로 도둑 맞을 수도 있다. 중국 자동차 회사의 짝퉁 전략에 대해 강경 대응을 선언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