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은행 예·적금 상품에만 가입하던 직장인 김모(43)씨. 목돈 3000만원의 투자처를 찾던 그는 서울 방화동의 한 증권사를 방문해 지수형 ELS(주가연계증권)와 DLB(파생결합사채)에 각각 2100만원, 900만원을 투자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 지수나 특정 종목이 특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미리 약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고, DLB는 원자재·금리 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증권 관련 파생상품 중 원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김씨는 "은행권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 큰마음 먹고 증권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등을 돌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 3월 말 기준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총액은 약 362조원으로 작년 12월 말 대비 8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이 국내외 주식시장과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들고 있다"며 "중위험 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 예·적금 탈출 러시

은행권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은행권 정기예금 잔고가 줄어든 해는 4번(1985·2004·2005·2013년)뿐이었는데 전문가들은 올해도 '정기예금 순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보다는 ELS·펀드 등의 투자 상품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 우대 내용 정리 표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1~2%포인트 높아 인기를 끌던 저축은행도 '저금리 엑소더스(탈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작년 중순 이후 올 초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총 수신액이 3월 말에 3조3250억원으로 2월 말보다 950억원 줄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지난달 수신액이 평균 2~3% 줄었다. 올 초만 해도 연 3%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저축은행 적금 평균 금리가 이달 들어 3% 아래로 떨어지는 등 금리 매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윤석헌 교수(금융학)는 "예·적금 금리가 떨어져 은행이 보유한 실탄(實彈)이 계속 줄어들면 대출 여력이 줄고, 이것이 다시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대 우대 금리로 고객을 사수하라

시중은행들은 예치된 돈을 찾아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조건부 '우대 금리'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연 1%대로 떨어진 예·적금 상품을 다양한 조건을 붙여 연 2%대 상품으로 바꿔주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서는 고객이 은행에 돈을 넣었을 때 기대하는 이자 수익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線)을 보통 2%로 잡는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라인 뱅킹에서 상품에 가입하면 우대 금리를 주는 '온라인 예·적금' 이다. 온라인 상품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제공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KB스마트예금'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가입 시 기본 금리 1.95%를 제공한다. 여기에 락(樂)스타 통장 개설(0.3%P), 지인 추천(0.1%P·최대 3명)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2.55%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은행의 프로구단 성적과 연계해 0.2~0.5%포인트 정도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스포츠 연계형 예·적금' 상품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남자 배구 챔피언에 오른 OK저축은행은 작년 10월 배구단 우승 시 최대 연 5.6% 금리를 제공하는 '스파이크OK 정기적금'(기본 금리 연 3.8%)을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