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R&D(연구개발) 사업이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돈만 쏟아붓는 '묻지 마 투자'식으로 진행돼 파산(破産) 위기에 놓인 연구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원자력의학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 최초로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원은 원자력병원에서 임상연구를 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R&D 예산에서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임상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사들이 떠나고, 병원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2013년까지 매년 70억~140억원씩 적자를 냈다. 누적 부채도 1940억원으로 늘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R&D 예산에서 기관운영비와 인건비의 60~70%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연구과제를 수주해 채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돈을 주고 연구를 맡길 만큼의 경쟁력이 없는 연구기관이 태반이어서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세연구원 등은 몇 년 사이에 직원들이 일부 연봉을 반납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STEPI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외부에 나가서 과제를 가져와야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연구원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제대로 된 성과 평가 없이 R&D 예산을 2011년 14조8902억원에서 올해 18조8245억원으로 계속 늘리기만 했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이제 실용화를 목표로 한 R&D는 과감하게 민간에 넘기고, 안전 문제 같은 공공성이 강한 부문에 집중하는 공공 R&D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