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올해 연구개발(R&D)에 사상 최대(最大) 규모인 6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술 중시 경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체 R&D 투자의 30%를 융·복합과 차세대 성장사업 관련 기술 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당장 돈이 안 되는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 비율을 20%에서 올해는 30%(약 1조9000억원)로 더 높인 것이다. 재계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외길 해법(解法)으로 R&D를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불황에도 6조3000억원 R&D 투자
LG는 시장선도 가속화와 철저한 미래 준비를 위해 올해 R&D 투자에 처음으로 6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2013년 5조4000억원, 지난해 5조9000억원을 각각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도 R&D 역량 강화에 사활(死活)을 걸겠다는 것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LG그룹이 지난 4~5년 동안 스마트폰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R&D보다는 마케팅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는 뼈아픈 자성(自省)이 있었다"며 "글로벌 경쟁사를 앞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기본인 품질(品質)과 R&D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기술 중시 경영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R&D 투자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자동차부품 관련 기술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솔루션 기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차세대 소재 원천기술 ▲스마트 홈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다. LG는 이와는 별도로 융·복합 R&D를 담당할 국내 최대 연구단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에 본격 나선다. 이곳에 올해에만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R&D 인력 대거 승진
LG그룹은 R&D 분야 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연구개발성과보고회'를 열고 연구개발상(賞)을 받은 R&D 책임자 7명을 발탁하는 등 연구원 46명을 임원급 연구·전문위원에 선임했다. '연구·전문위원' 제도는 R&D 핵심 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2008년 도입됐다. 이들은 임원급 보상과 대우를 받으며 탁월한 R&D 성과를 낼 경우 사장급으로도 승진이 가능하다. 그룹 내에는 올해 승진자를 포함해 370여명의 임원급 연구전문위원이 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LG전자 스마트TV용 차세대 '웹OS' 개발팀이 대상을 받았고 LG디스플레이 스마트워치용 '원형 플라스틱 OLED', LG화학 장거리 주행 전기차용 '고밀도 배터리', LG이노텍 나노구조 차세대 '열전소자' 등 총 23개 R&D 과제에 'LG연구개발상'이 수여됐다. '웹OS' 개발팀은 TV 시청 중에도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의 실행 속도와 전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을 평가받았다.
구본무 회장은 이날 저녁 수상자, 연구·전문위원 승진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완제품뿐 아니라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도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원천 기술 개발에 혼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