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중 5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커버드본드법이 제정된 이후 은행권 최초다. 국민은행이 발행할 커드본드의 만기는 5년물과 10년물 두 종류다. 국민은행은 최근 한 회계법인을 기초자산집합(커버풀) 자산관리인으로 선정하고 커버드본드 발행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인을 선정했다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된다"면서 "국민은행은 투자자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는 대출채권, 국고채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채권으로 만기 5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일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다른 점은 채권 발행 회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은 해당 담보자산으로 우선 변제받을 수 있고 상환 재원이 부족하면 발행사의 다른 자산으로 추가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이중상환청구권이 있다는 것이다. 커버풀 내의 다른 자산으로 상환받는 구조다.
이런 안정장치 때문에 커버드본드 금리는 일반 은행채 보다 낮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커버드본드는 저금리로 자금을 장기간 빌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국민은행은 커버드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기존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데 집행할 계획이다.
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데 따르는 리스크는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이다. 예를들어 은행이 고정금리로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는데, 자금조달은 단기나 변동금리로 했다면 금리 상승시 손실은 은행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은행들은 주로 만기 3년의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리 상승 위험이 있는 고정금리 장기대출은 꺼려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에 치우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자금 조달원으로 커버드본드를 도입했다.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일환으로 커버드본드법을 제정한 것이다.
◆ 기대모았던 커버드본드…커버풀 관리비용 때문에 은행들 무관심
지난해 4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커버드 본드법)이 도입될 때만 해도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 정도로 부진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저리에 자금을 조달한다는 장점이 분명한데다 금융위가 여러가지 유인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을 은행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고, 최초 발행 때 추가 발행계획을 함께 등록하면 추가 발행시엔 발행절차를 간소화해 주기로 했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한도를 제한하면서 커버드본드 발행 가능성을 높였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 산정시 원화예수금(본드 발행으로 인한 유입금액)의 1%를 예금으로 인정하는 혜택도 제공했다.
그럼에도 지난 1년동안 발행 실적이 없었던 것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커버드본드의 금리 잇점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자산관리인 선임 등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제공해 장기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 중간에 담보로 제공된 대출이 상환되거나 부실이 발생하면 다른 담보로 교체해 커버풀을 발행내역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커버풀에 대한 회계감사, 적격요건 및 담보유지비율 실사·평가, 보고서 작성 등을 할 커버풀 자산관리인을 회계법인중에서 선임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아마 은행채 조달 때보다 비용면에선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외에도 커버풀 내의 자산을 원활히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는 점, 주택저당증권(MBS)에 비해 BIS비율 하락 우려가 있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 금리 스프레드 커져야 커버드본드 발행 잇따를듯
전문가들은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발해지려면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끝나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만기 3년 은행채는 국고채와 비교해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9~10bp(0.09~0.1%)에 불과하다. 당초 커버드본드 법 제정이 논의될 때만 해도 23~25bp의 격차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금리가 내리면서 스프레드도 줄었다. 9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95%, 산금채와 은행채 금리는 1.99%, 2.05% 정도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기존 은행채에 비해 비용상으로 이점이 있어야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더뎠던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의 금리 상황에서는 아무리 담보를 더 제공한다고 해도 산금채보다 낮은 금리는 쉽지 않다"면서 "현재는 커버드본드가 발행되더라도 발행금리 절감이 가능한 달러화표시채권 등의 형태로만 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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