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조선비즈 철강 중공업 중소기업팀장을 맡고 있는 정원석 기자입니다.
조선비즈는 지난 24일부터 ‘전경련 위기’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한국 경제계의 맏형 역할을 하면서 88서울올림픽 유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을 주도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근들어 ‘제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를 짚어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학계, 관계, 업계, 경제단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전경련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의견들 들었습니다. 다수가 “(한국 경제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냉정하게 전경련을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3년 국회를 출입하면서 전경련의 국회 활동을 지켜봤습니다. 당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등 경제계에 영향을 주는 법안이 다수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해당 법안을 주로 다루는 법안심사 소위가 열릴 때면 회의장 주변은 각 대기업에서 나온 대관(對官) 담당 직원과 전경련 관계자들로 붐볐습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과 연(聯)이 있는 보좌진들을 접촉해 실시간으로 심사 내용을 본사에 보고하는 등 절박하게 활동했습니다. 전경련 직원들도 나름대로 정보수집활동을 했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대기업 대관담당 직원들을 따라잡기에는 벅차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전경련을 로비단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당시 기자가 지켜본 전경련의 로비력은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경련 활동이 위축된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대기업들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죠.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을 책임자로 지정해 국회와 정부, 사정기관 등을 밀착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해 자금과 인력운용에 한계가 있는 전경련이 정보와 협상력에서 주요 그룹들을 앞서기 힘든 구조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이 대목부터 입니다. 시대변화와 자신들의 역량에 걸맞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기자는 전경련이 ‘국민들과 대기업의 인식 격차를 좁히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게 대(對) 국민 설득작업을 펼쳐보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박용만 회장 취임 후 대규모 정책자문단을 구성하면서 친(親)기업적인 학자들 뿐만 아니라 진보성향 학자들도 포함시킨 것을 한번 참고해봤으면 합니다.
자신들과 견해가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자세가 전경련에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법과 태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법인세, 경제민주화 등 대기업에 불리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전경련이 내놓는 주장을 들어보면 솔직히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물론 회원사인 대기업들의 이익에 반하는 만큼 반대 입장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겠지만, 일방적인 반대만 고집하는 것은 세련되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심한 양극화 해소가 우리 사회 공동의 목표로 대두된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어부치는 것은 균형 잡힌 자세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경련의 위상 재정립에 대한 조선비즈의 시리즈 기사에 대해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날선 비판으로 당혹했을 분들에게도 송구스럽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한 고언이었다고 생각하고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