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은행들이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면 안된다. 일시상환 대출은 만기 때 집값이 오를 것을 전제로 한다. 이건 2005년 전의 얘기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26일 '가계부채 평가 및 대응 방향' 브리핑에서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갚는 일시상환 대출을 옥죄는 정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변동금리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75%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대출 구조가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빚을 착실히 갚아나가는 것도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만기 일시상환 대출은 통상 만기가 되면 연장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원금은 안갚고 이자만 내는 가계부채 구조가 고착화됐고, 그 결과 가계부채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금융위가 기존 변동금리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후반 금리의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시중은행들을 통해 다음달 24일 ‘안심전환대출’을 내놓는 배경이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는 동시에 분할 상환으로 매달 빚을 줄여나가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 확대를 위해 은행들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요율도 개편한다. 주신보란 주택금융시장 안정 및 대위변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택자금대출 때 은행에 납부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에 상관 없이 0.05%의 출연만 받기로 했다. 일시상환 대출은 0.3%에 달한다. 또 금융위가 목표로 하는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율을 초과 달성한 은행에 대해선 출연요율을 추가로 감면해 주기로 했다.

◆ 내달 24일 연 2.8% 안심전환대출 출시…연내 20조 공급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을 올해 20조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고정금리 기본형 상품의 대출금리는 연 2.8%로 책정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에는 고정금리(기본형)만 있었지만 금리조정형도 추가된다. 금리조정형 금리는 5년 단위로 조정되는데 5년 후 보금자리론(기본형, 10년) 금리보다 10bp 낮은 수준이 된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자의 80%가 연 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할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줄어든다. 반면 매월 갚아야 하는 원금 상환 부담은 늘어난다. 기존 대출을 갈아탈 때 부담해야 하는 중도 상환수수료는 전액 면제된다.

전환 대상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또는 일시상환대출 이용자다. 또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금 5억원 이하, 1년 이상된 대출중 연체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가 낮은 대신 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금상환 부담이 있는 이용자도 편입하기 위해 만기 30년짜리 상품도 내놨다. 만기는 10년과 15년, 20년, 30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2억원을 대출받은 주택 보유자가 20년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받았을 때(변동금리 연 3.5% 적용)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월 상환금액은 58만원에서 109만원으로 늘지만 전체 이자 지불액은 1억4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감소한다.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목표를 달성하면 고정금리 대출비중, 비거치식 분할 상환비중이 각각 최대 5.4%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현재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25%대에 머물고 있다.

◆ 주택금융공사 수권자본금 최대 5조원으로 확대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 수권자본금을 현재 2조원에서 최대 5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주금공은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을 매입해 유동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금공의 자본금이 5조원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등에 취급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최대 250조원에 이르게 된다.

현재 안심전환대출로 유도할 수 있는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총 규모는 약 250조원 가량. 금융위 계획대로만 된다면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017년까지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 신규 대출은 억제 MBS 매입 의무화…토지상가대출 LTV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

금융위는 무분별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취급한 안심전환대출을 주금공에 매각하고 나면 그만큼 또 신규 대출 여력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다른 형태의 신규 대출을 일으키려는 유인을 완화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 규모 만큼 주금공의 MBS를 되사서 향후 1년간 보유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부채의 질이 가장 낮다고 보고 있는 주택, 상가담보대출을 제한하는 정책도 펼쳐진다. 금융위는 이달까지 상호금융조합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다음달 안으로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LTV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