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사회적 영향력은 최근 몇 년새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영향력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만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년에 한 번씩 조사해 발표하는 ‘파워조직 영향력·신뢰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25개 안팎의 주요 정치·경제·사회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향력 조사에서 전경련의 순위는 2013년 15위로, 2005년 9위, 2009년 12위에서 해가 갈수록 영향력이 떨어졌다.

2013년의 경우, 영향력(5.43점)은 16위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4.80점)을 약간 앞서는 수준에 불과했다. 신뢰도(4.49점)는 13위로, 새누리당(4.49점), 검찰(4.49점)과 같았고 전교조(4.30점)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들은 전경련이 전교조 수준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전경련에 대한 재계 내부의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다.

4대 그룹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 A씨는 “재계 목소리를 대변해줘 고맙기는 한데, 여론에 영향을 미칠 힘은 없는 조직”이라며 “재계에 전반적인 현안이 생겼을 때에도 각 기업들이 대응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대관 담당 부장급 직원 B씨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수십명 규모의 자문단을 꾸려 규제 개혁과 법인세 문제에 대해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현재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전경련이 아니라 대한상의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13년 12월 준공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심지어 “전경련이 사고만 안 치면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경련은 지난 2011년 주요 회원 기업에 담당할 정치인 명단을 통보하며 로비를 기획했다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2012년에는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추진하다 망신을 당했다. 2011년 재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중간에 취소하기도 했다.

전경련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2013년, "국가경제 발전과 함께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내용의 '기업 경영 헌장'을 발표했다.

당시 정치권 이슈였던 ‘경제민주화’ 등에 대응하면서, 전경련의 사회적 입지를 다시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헌장은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의 ‘기업행동헌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당시 발표는 전경련 내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로 올랐을 정도로 글로벌 이슈가 됐지만, 전경련은 이렇다 할 후속행동이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 헌장 발표 당시에도 1996년 전경련이 채택한 기업윤리헌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며 “새로운 내용 없이 같은 주장만 반복하는 행태가 바로 전경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