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을 두고 있는 박모(69)씨와 1남 1녀의 어머니 김모(65)씨는 재혼을 준비하다 벽에 부딪혔다. 박씨 자녀들이 재산 상속 문제를 거론하며 재혼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씨는 자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신고를 할지 아니면 사실혼 관계로 지낼지 고민에 빠져 있다. 박씨가 상속 문제를 해결해 자녀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황혼 재혼 시 발생할 수 있는 재산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부부가 이혼해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박씨와 김씨가 혼인 신고를 했다가 다시 이혼할 경우 김씨는 재혼 이후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최대 절반까지 분할받을 수 있다. 결국 박씨의 자녀가 상속받을 수 있는 재산이 줄어들게 된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부부재산약정, 즉 '혼전계약'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혼전계약을 통해 이혼 시 분할할 재산의 범위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부부재산약정은 등기할 수 있고, 등기하면 그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혼전계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법원이 그 효력을 얼마나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부부가 이혼 시 재산분할의 범위와 한도를 상세하게 명시한다면 법원이 그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세밀하게 계약을 체결한다면 재산을 보호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하나는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다. 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박씨가 사망할 경우 김씨에게 배우자 상속분이 인정돼 김씨가 박씨의 자녀들보다 1.5배 많은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상속의 경우 완전한 방어 수단은 없다"고 말한다. 유류분(遺留分) 제도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원래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상속액의 일정 부분을 배우자 등 법정상속인의 몫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유류분이라고 하는데,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액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은 혼전계약을 통해 상속권을 포기하면 그 효력이 인정되지만 우리는 유류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유류분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재산에 한해서는 사전에 보호할 방법이 있다. 자녀에게 상속하겠다고 사전에 유언장을 작성하면 된다. 김영림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유언대용신탁'을 추천한다. 생전에 금융기관에 상속재산 관리를 맡기고 본인이 사망했을 때 수익을 취득할 상속인을 자녀로 지정하는 것이다. 김 세무사는 "생존 중에는 본인이 수익자가 되고, 사후엔 미리 정해놓은 수익자에게 상속이 진행되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