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선을 재탈환했다. 지난해 6월 12일 마지막으로 140만원을 찍은 이후 스마트폰 실적 악화로 108만원까지 급락했다가 7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 게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최근 두 달간 꾸준히 진행된 회사 측의 자사주 매입이 든든한 주식 매수자 역할을 해준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사주 매입 직전보다 최근 주가가 더 내려가 사측의 주식 사들이기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모두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1%가량으로 비슷하지만, 효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가 뭘까.
◇엇갈리는 자사주 매입 효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6일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대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했다.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달았는데, 쉽게 말해 주가를 끌어올려 주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자사주 매입(buy-back)은 배당금 지급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간주한다. 사내에 쌓아둔 현금으로 주식을 사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들면 주당 순이익이 높아져 주가가 오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자 수익을 얻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010년 이후 자사주를 직접 매입한 236개사(社)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자사주 매입 직전 대비 매입 종료 시점에서 주가가 평균 4.7%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때를 차익 실현 기회로 보고 주식을 내다 팔았음에도 전체적으로는 주가 부양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165만주, 우선주 25만주 등 전체 발행 주식의 1.12%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들이는 중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11월11일 발생 주식 총수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와 우선주 총 285만주, 4491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건 2005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기아차도 발행 주식의 1%에 해당하는 주식 405만여주를 2209억원에 사들이고 있다. 이들 회사 모두 급격한 실적 악화와 엔저 등 외부 요인 때문에 투자 매력을 잃고 있어 자사주 매입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이 기업들을 필두로 상당수 대기업이 주주 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자사주 순 취득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실적·배당과 패키지 이뤄야 효과"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70%가량 진행된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는 10% 넘는 주가 부양 효과를 보고 있지만, 현대·기아차 주가는 오히려 매입 직전보다 더 떨어졌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곧이어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했고,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의 상단으로 나와 투자자들이 돌아온 측면이 있다"며 "이에 비해 현대차는 4분기 실적이 나빴던 데다 주주 환원 정책의 큰 그림을 체계적으로 보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한전 부지 입찰 이슈가 너무 큰 충격이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875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2조원에 크게 못 미쳤고, 기아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50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 당일 2013년 1950원이던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53% 늘어난 3000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KB투자증권 신정관 이사는 "한국 증시 전반의 매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실적마저 부진하다 보니 자사주 매입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3월에 있을 노조와의 임금 체계 개편 논의가 또 다른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