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한 항공사의 부사장이 큰 곤욕을 치렀다. 자사(自社)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행한 질책 때문이다. 직원의 잘못을 경영자로서 질책했다는 회사의 해명에도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일어났다. 본인은 물론 해당 항공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었다.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법적 책임을 따지는 검찰 조사로까지 확대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결책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경영자의 행동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항공사의 부사장을 경영자 역할 관점으로만 들여다보자. 경영자는 회사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관리 감독한다. 지침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을 질책할 때는 그 질책이 합목적적인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
합목적적인 질책이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해야 한다. 첫째, 잘못된 '업무'에 국한하여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 또 그 질책이 직원이 저지른 잘못과 균형을 이룰 것. 마지막으로, 질책 방법과 정도가 회사의 가치관에 철저히 부합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질책은 어떠한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먼저, 질책이 잘못된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과 사람을 분리하지 못함으로써 인격적 모독으로 받아들일 상황을 만들었다. 해당 직원은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도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같은 잘못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뒷전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둘째, 잘못이라고 판단한 행동과 그에 적용된 질책 사이에 균형이 없었다. 회사에는 직원 잘못의 경중(輕重)에 따라 징계하는 규정이 있다. 절차 역시 규정되어 있다. 소위 처벌에 대한 지침으로서, 이는 예외 없이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질책은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잘못과 처벌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회사의 서비스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직원 처벌에 대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직원뿐 아니라 경영자도 회사 지침 준수에선 예외적 존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질책 방법과 정도가 회사의 가치관과 어긋났다. 이 항공사에는 그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 '임직원과의 약속'이 있다. 첫째가 '임직원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겠다'이다. 거기에 더해 '윤리헌장'에는 '우리는 임직원 개개인을 존중하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한다'가 들어 있다. 경영자가 만들고 준수하겠다고 표방한 이 회사의 가치관 그 어느 곳에도 '직원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는 없었다. 그런데 그에 배치되는 행동을 회사 실세 중 실세 경영자가 한 것이다. 위와 같은 질책의 근본 목적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순간 이런 목적대로 행동하지 못하는가. 평정심(tranquility)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극을 받으면 감정(feeling)이 생긴다. 그런데 그 이후에 평정심이 있는 것과 없는 데서 차이가 생긴다. 평정심이 없는 사람은 그 감정대로 행동한다(acting). 반면 평정심이 있는 사람은 감정과 행동 사이에서 생각한다(thinking). 시간을 두고 자신이 하려는 질책이 합목적적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평정심을 찾으라는 혜민 스님의 이야기가 있다. "열 받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문자나 이메일 답장을 하지 말아요. 지혜로운 사람은 일단 잠을 자고 그다음 날 답신을 보내요. 말을 듣자마자 바로 하는 반응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평정심을 찾기 위해 들이는 잠깐이 이번 항공사 사건처럼 본인은 물론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느냐 그러지 않느냐 하는 차이로 다가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