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전문성·독립성·장기 전략 부재의 문제점은 많은 연금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이다. 전 국민의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이 해마다 비약적으로 덩치가 커지고 있지만, 운용 시스템은 전 국민 의무 가입과 기금운용본부가 도입된 1999년 체제에 머물고 있는 데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03년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복지부 장관 대신 민간 전문가가 위원장을 맡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기금운용본부를 독립 공사로 분리시키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들은 여야와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로 10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내 공사(公社)로 독립시킬 것인지,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에서 전문성과 대표성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출지, 기금운용 소관 부처를 어디로 할지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00조원이던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500조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선거가 없는 내년이 국민연금 개혁의 적기(適期)라는 평가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부도 국민연금의 지배 구조 개편을 내년도 국정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전문성·책임성 확보를 위해 기금 운용 체계를 개편하고 경쟁 요소를 강화한 개편안을 내년 3월쯤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혁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데다 공무원 연금 개혁 등 다른 현안들까지 산적해 있어 국민연금 개혁이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